
캠핑장에 도착한 뒤 몇 분 만에 작은 트레일러가 가족용 숙소로 변신한다. 덴마크 캠핑 브랜드 이사벨라(Isabella)가 선보인 캠프-렛(Camp-Let) 하이브리드 트레일러 캠퍼 이야기다. 최근 라인업에 추가된 신형 ‘어스(Earth)’ 모델은 작은 차체와 넓은 실내 공간을 동시에 원하는 캠핑족을 겨냥했다.
캠프-렛은 1960년대부터 이어져 온 덴마크산 트레일러 텐트다. 이름처럼 ‘쉬운 캠핑’을 콘셉트로 하며, 주행 중에는 매우 작게 접히고 캠핑장에서는 가족이 머물 수 있는 넓은 텐트형 숙소로 확장된다.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카라반과 달리, 단단한 차체 전체를 생활공간으로 쓰기보다는 트레일러와 텐트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구조에 가깝다.

이런 방식 자체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접이식 트레일러 캠퍼는 오래전부터 존재했고, 일반 텐트보다 바닥에서 떨어진 침실을 제공해 보다 쾌적한 숙박 환경을 자랑해왔다. 하지만 캠프-렛의 장점은 주행과 보관 시 차지하는 공간을 극도로 줄이면서도, 펼쳤을 때는 예상보다 훨씬 넓은 공간을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특히 국내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관성과 견인 편의성이 눈에 띈다. 캠프-렛 어스의 주행 상태 크기는 길이 3.23m, 폭 1.6m, 높이 0.95m에 불과하다. 브레이크가 없는 섀시를 선택하면 공차중량은 약 270kg이다. 최대 허용 중량은 500kg으로, 주방 장비와 캠핑 용품을 싣기에도 비교적 여유가 있다.

무게가 가볍기 때문에 일반 승용차나 소형 SUV로도 견인 부담이 크지 않고, 전기차로 끌 경우에도 대형 카라반보다 주행거리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차고나 주차 공간이 넉넉하지 않은 국내 환경에서도 상대적으로 보관 부담이 적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설치 방식은 독특하다. 캠핑장에 도착하면 먼저 뒤쪽 해치를 열고, 선택한 주방 모듈을 바깥쪽으로 회전시켜 설치한다. 시연 차량에는 2구 가스레인지, 10L 물탱크, 싱크대, 수납공간, 작업대를 갖춘 고급형 ‘디럭스 키친’이 적용됐다.

이후 차체 양쪽을 조개껍질처럼 펼치면 각각 침실 공간이 만들어진다. 어스 모델은 침실 내부를 어두운 색상으로 마감해 수면에 더 적합한 분위기를 제공한다. 기본 사양에서는 양쪽에 각각 하나씩, 총 두 개의 침실이 제공된다.
다만 제조사가 강조하는 ‘쉬운 설치’와 달리, 실제 설치 과정은 어느 정도 숙련이 필요해 보인다. 텐트 지지봉은 내부에 수납돼 있지만, 사용자가 직접 연결해 프레임을 만들고 텐트를 앞으로 당겨 세워야 한다. 이후에도 고정 작업과 지지봉 설치, 텐트 고정 과정이 이어진다. 제조사는 숙련자가 혼자 설치할 경우 약 15~20분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하지만, 처음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설치가 끝나면 공간은 크게 달라진다. 완성된 상태의 크기는 길이 4m, 폭 5.75m, 높이 2.3m로, 작은 트레일러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넓은 생활공간이 만들어진다. 어스는 캠프-렛 라인업 가운데 가장 높은 실내 천장 높이를 제공한다.
창문도 넉넉하다. 투명 창에는 프라이버시 블라인드가 적용되며, 일부 창은 반투명 처리돼 외부 시선을 차단한다. 비가 오는 상황에서도 환기가 가능한 플랩과 강풍에 대비한 스톰 플랩도 갖췄다.

지붕은 폴리에스터 소재를 사용해 비와 바람, 오염에 대한 내구성을 높였고, 나머지 부분은 통기성과 방수 성능을 갖춘 이사크릴(Isacryl) 원단으로 제작됐다. 제조사는 이 원단이 장기간 햇빛에 노출돼도 변색이 적고, 물을 쉽게 흡수하지 않아 쾌적한 상태를 오래 유지한다고 설명한다.
기본 침실 2개에는 폼 매트리스가 제공되며, 벽면 포켓과 침대 아래 수납공간도 마련됐다. 다만 두 침실 가운데 완전히 밀폐된 수납공간은 하나뿐이고, 나머지 한쪽은 트레일러 하부 공간을 그대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캠프-렛은 현재 패션(Passion), 노스(North), 어스(Earth) 세 가지 버전으로 판매된다. 이 가운데 어스는 가장 상위 모델로, 기본형은 4인용 구성이지만 사이드 텐트, 키친 텐트, 전면 텐트 등을 추가하면 최대 10명이 잘 수 있는 공간까지 확장할 수 있다. 추가 공간을 침실로 쓸지, 욕실이나 거실처럼 꾸밀지는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
가격은 2026년형 캠프-렛 어스 기본형 기준 영국 현지에서 판매점에 따라 9,899~11,299파운드다. 한화로는 약 1,800만~2,050만 원 수준이다. 다만 이는 주방 모듈과 확장 텐트 등 주요 옵션이 빠진 4인용 기본형 가격이다. 가족 여행을 위한 최대 10인용 풀옵션 구성을 선택하면 실제 구매 가격은 이보다 훨씬 높아질 수 있다.

캠프-렛 어스는 대형 카라반처럼 고급스럽거나 편의 장비가 풍부한 모델은 아니다. 하지만 작고 가볍게 끌 수 있으면서도 캠핑장에서는 최대 10인용 숙소로 확장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보관 공간과 견인 부담 때문에 카라반 구입을 망설였던 캠핑족이라면 눈여겨볼 만한 독특한 대안이다.
더드라이브 / 조윤주 기자 auto@thedr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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