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르세데스-벤츠가 미국에서 판매 금지 위기에 놓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중국과 연계된 자동차 업체를 차단하려는 미국 상원의 법안 때문이다. 중국계 주주가 보유한 메르세데스-벤츠 지분이 법안에서 정한 기준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나면서, 예상치 못한 불똥이 독일 대표 자동차 회사로 튄 것이다.
미국 상원 상무위원회는 최근 중국을 비롯한 적대국과 연계된 커넥티드카의 미국 내 판매를 제한하는 ‘커넥티드 차량 보안법’을 통과시켰다. 아직 상·하원 본회의 의결과 대통령 서명 등이 남아 있어 확정된 법은 아니지만, 현재 문구가 그대로 유지되면 메르세데스-벤츠도 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주주 구성이다. 중국 국유 자동차 기업 베이징자동차그룹(BAIC)이 의결권 약 9.98%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리자동차 창업자 리수푸도 투자회사를 통해 약 9.69%의 지분을 갖고 있다. 두 중국계 투자자의 지분을 합하면 약 19.7%로, 법안이 제시한 15% 기준을 넘어선다.
법안은 중국·러시아·이란·북한 등과 일정 수준 이상 연계된 업체가 생산한 커넥티드 차량과 관련 기술의 미국 내 판매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차량이 인터넷과 통신망에 연결되면서 운행 정보와 위치, 영상 등 민감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는 국가안보 우려가 배경이다.

현재 문구대로라면 중국계 자본이 15%를 초과한 자동차 제조사는 미국에서 커넥티드 차량을 판매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사실상 대부분의 신차가 통신 기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메르세데스-벤츠의 미국 사업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다만 메르세데스-벤츠 딜러들이 당장 전시 차량을 치워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 법안이 상원 상무위원회를 통과했을 뿐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며, 적용 시점까지 법안 내용이 수정될 가능성도 크다.
테드 크루즈 상원 상무위원장은 논의 과정에서 메르세데스-벤츠를 미국 시장에서 퇴출하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15%라는 일률적인 지분 기준이 법안의 본래 취지와 다른 기업까지 규제할 수 있다며 조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법안을 공동 발의한 버니 모레노 상원의원 역시 메르세데스-벤츠가 즉시 판매 금지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메르세데스-벤츠에는 2030년까지 지분 구조나 사업 체계를 조정할 시간이 주어질 수 있으며, 미국 상무부에 예외 적용을 신청하는 방안도 열려 있다는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중국계 주주들이 각각 10% 미만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어느 한쪽도 회사의 경영을 지배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또한, 미국 내 생산과 판매망을 통해 약 16만 개의 일자리를 지원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지분 기준을 15%에서 25%로 높이는 방안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논란은 미국이 자동차 산업에서 중국 기술과 자본의 영향력을 얼마나 강하게 줄이려 하는지를 보여준다.
미국 상무부는 이미 중국·러시아와 연계된 커넥티드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수입 및 판매를 제한하는 규정을 마련했다. 중국계 업체가 개발하거나 공급한 차량 통신·자율주행 관련 소프트웨어는 2027년형부터, 관련 하드웨어는 2030년형부터 단계적으로 제한된다.
이 규정은 단순히 중국 브랜드의 완성차만 겨냥하지 않는다. 미국이나 유럽 자동차 회사가 중국산 통신 모듈 또는 중국계 업체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경우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완성차 업체들은 공급망을 다시 점검하고 있으며, 일부 제조사는 기존 차량을 계속 판매하기 위해 미국 정부의 별도 승인을 추진하고 있다.

지리자동차의 영향권에 있는 폴스타 역시 미국 규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중국과 연계된 커넥티드 기술을 둘러싼 규정에 따라 2027년형 차량부터 판매가 제한될 가능성이 제기됐으며, 폴스타는 이에 대한 항소를 추진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볼보는 지배 구조와 데이터 보안 체계를 심사 받아 일부 판매 승인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중국산 통신 부품을 다른 공급처의 제품으로 교체하려면 차량 전장 시스템을 다시 설계하고 검증해야 해 상당한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한다. 자동차 개발에는 수년이 걸리는 만큼 2027년과 2030년이라는 적용 시점도 업계에는 결코 여유로운 일정이 아니다.
법안이 어떤 형태로 최종 확정되느냐에 따라 메르세데스-벤츠뿐 아니라 중국 자본과 공급망에 연결된 여러 글로벌 자동차 회사의 미국 사업 전략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더드라이브 / 조윤주 기자 auto@thedr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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