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제조사 속인 벤츠…EQE·EQS 차주에 400만원 배상 결정

결함·리콜 / 조창현 기자 / 2026-11-05 18:5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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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 현장

메르세데스-벤츠가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를 사실과 다르게 홍보한 데 대해 차주 1인당 4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결정이 나왔다. 지난 2024년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 이후 불거진 배터리 제조사 논란이 소비자 손해배상 문제로 확대된 것이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 4일 벤츠코리아가 일부 EQE·EQS 전기차에 중국 파라시스(Farasis) 배터리 셀을 탑재하고도 CATL 제품만 사용한 것처럼 홍보해 소비자의 합리적인 구매 선택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조정 대상은 EQE 350+, EQE 350 4MATIC, EQE 53 4MATIC+, EQE 500 4MATIC SUV, EQS 350 등 5개 차종을 구매한 소비자 142명이다.

 

이들은 자신이 구매한 차량에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고 지난 5월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했다.

 

▲ 2025년 10월 5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 15층짜리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있던 벤츠 전기차에서 화재 발생 <사진=경기소방재난본부>

 

# CATL 배터리 강조한 판매지침…공정위 과징금 112억원

 

문제의 핵심은 벤츠코리아가 딜러사에 배포한 내부 판매지침이다.

 

벤츠코리아는 2023년 6월 'EQ 세일즈 플레이북'이라는 판매지침을 제작하면서 일부 차량에 파라시스 배터리 셀이 장착됐다는 사실을 누락했다. 대신 CATL 배터리의 기술력과 시장점유율 등을 강조하는 내용을 담았다.

 

해당 자료는 딜러사 직원 교육과 실제 차량 판매 과정에 활용됐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이 때문에 구매자들이 CATL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믿고 차량을 선택했다고 판단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 3월 같은 행위를 '위계에 의한 부당한 고객유인'으로 판단하고 벤츠코리아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112억 3900만원을 부과했다. 또한, 벤츠코리아와 독일 본사를 검찰에 고발하기로도 결정했다.

 

▲ 메르세데스-벤츠 EQE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문제가 된 판매지침이 활용된 약 1년 2개월 동안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은 약 3000대 판매됐다. 판매금액은 약 2810억원에 달한다.

 

당시 벤츠코리아는 공정위 판단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힌 바 있다.

 

# 차주 1인당 400만원…벤츠 수락 여부가 관건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배터리가 전기차의 주행 성능과 안전성, 차량 가치를 결정하는 핵심 부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CATL과 파라시스의 시장점유율, 브랜드 인지도, 기술력 등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배상액 산정에 반영했다.

 

▲ 메르세데스 EQS

 

2024년 8월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벤츠 EQE 화재도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당시 화재 차량에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련 배터리에 대한 소비자 불안이 커졌다.

 

위원회는 이 같은 부정적 인식으로 해당 차량의 중고차 교환가치가 하락했을 가능성도 고려했다.

 

이에 따라 차주 1인당 400만원의 손해배상액을 결정했다. 조정에 참여한 142명 전원에게 지급된다면 총 배상액은 5억 6800만원이다. 다만 이번 결정으로 배상금 지급이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벤츠코리아는 조정 결정문을 받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수락 여부를 통보해야 한다. 기간 내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아 조정이 성립하거나 명시적으로 수락할 경우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한다.

 

▲ 더 뉴 EQE SUV 인테리어

 

벤츠코리아가 조정안을 거부하면 소비자들은 민사소송 등을 통해 손해배상을 다퉈야 한다. 벤츠코리아는 지난 4일 언론에 3일 조정 결정문을 송달받아 검토 중이며, 아직 추가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위원회는 조정이 성립하면 이번 절차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 소비자도 보상받을 수 있도록 후속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번 결정은 전기차 구매 과정에서 배터리 제조사 정보가 소비자의 중요한 선택 기준이라는 점을 인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배터리의 실제 성능이나 결함 여부와 별개로, 제조사가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의 선택을 왜곡했다면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향후 벤츠코리아의 조정안 수락 여부와 미참여 차주에 대한 보상 범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드라이브 / 조창현 기자 changhyen.cho@thedr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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