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 클수록 더 안전하다?” 그러나 의외의 결과 나왔다

자동차 뉴스 / 조윤주 기자 / 2026-06-24 17:3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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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커질수록 보행자에게 더 위험할까. 최근 공개된 연구 결과는 “그렇다”라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SUV와 픽업트럭이 점점 커지면서, 지난 10여 년간 미국에서만 수천 건의 보행자 사망 사고가 추가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뉴욕타임스가 소개한 이번 연구는 미국 연방정부 교통사고 데이터, S&P 글로벌 차량 등록 자료, 차량 제원 데이터를 종합해 분석한 것이다. 연구진은 그동안 보행자 사망 사고 원인을 음주운전이나 스마트폰 사용 같은 운전자 부주의에만 집중해왔지만, 차량 자체의 크기와 디자인 변화도 중요한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원리는 복잡하지 않다. 낮고 작은 승용차에 보행자가 부딪히면 보닛 위로 튕겨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반면 전면부가 높고 평평한 대형 SUV나 픽업트럭에 치이면 보행자가 앞으로 넘어지며 차량 아래로 깔릴 위험이 커진다. 충격을 받는 부위도 다르다. 작은 차는 다리나 하체에 먼저 충격이 가는 경우가 많지만, 큰 차는 성인 보행자의 가슴이나 머리 높이까지 직접 충격을 줄 수 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따르면 미국 보행자 사망자는 2009년 4,109명에서 2022년 7,522명으로 크게 늘었다. 스마트폰 사용 증가, 음주운전, 보행자 부주의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쳤지만, 같은 기간 미국 도로 위 차량들이 더 크고 높아졌다는 점도 빼놓기 어렵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보닛 높이다. 연구진은 차량 보닛이 약 2.54cm 높아질 때마다 보행자의 생존 가능성이 약 2.8% 낮아진다고 분석했다. 보닛이 높아질수록 충격 부위가 더 치명적인 위치로 올라가고, 사고 후 차량 아래로 빨려 들어갈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시야 문제도 크다. 최근 SUV와 픽업트럭은 충돌 안전성과 강한 디자인을 위해 두꺼운 필러, 높은 벨트라인, 좁은 창문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높은 차체까지 더해지면 운전석에서 가까운 앞쪽이나 측면의 사각지대가 커진다. 어린이, 고령자, 자전거 이용자처럼 키가 작거나 움직임이 느린 보행자는 더 쉽게 가려질 수 있다.

 

 

연구 보고서는 이런 차량 대형화가 지난 10년간 약 3,000명의 추가 보행자 사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여기에 주차장, 주택 진입로, 사유지 등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고까지 포함하면 실제 영향은 더 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차량 크기만이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 음주운전, 보행자의 주의력 분산, 복잡해진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사고 증가에 영향을 준다. 최신 차량에 적용되는 자동 긴급제동, 보행자 감지 기능 같은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도 아직 모든 상황에서 완벽하게 작동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가 던지는 메시지는 확실하다. 자동차는 탑승자를 더 안전하게 보호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지만, 그 과정에서 차 밖의 사람들까지 충분히 고려했는지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SUV와 픽업트럭이 커지고 높아질수록 운전자는 더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도로 위 보행자에게는 그 차이가 생사를 가르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국내에서도 대형 SUV와 픽업트럭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도로 위 차량이 점점 커지는 흐름은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큰 차가 주는 안정감과 존재감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그만큼 넓어진 사각지대와 높아진 전면부가 보행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더드라이브 / 조윤주 기자 auto@thedr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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