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BMW·벤츠 압도하고도 남는 그것…680마력 볼보 EX90 타보니

시승기 / 조창현 기자 / 2026-08-07 16:5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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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보 EX90

 

가속페달을 깊게 밟자 거대한 차체가 마치 깃털처럼 가볍게 앞으로 밀려나갔다. 최고출력 680마력,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4.2초. 숫자만 보면 상당히 공격적인 전기차다.

 

그런데 EX90을 타고 난 뒤 기억에 더 오래 남은 것은 폭발적인 가속력이 아니었다. 노면을 다루는 방식과 실내 정숙성, 그리고 장거리에서 운전자를 편하게 만드는 움직임이었다.

 

볼보가 전동화 시대를 위해 새롭게 출시한 플래그십 SUV EX90을 서울 도심과 자동차전용도로, 고속도로를 오가며 직접 경험했다.

 

이번 시승 코스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출발해 강변북로와 고속도로, 일반 도로를 거쳐 경기 의정부까지 이동한 뒤 다시 DDP로 돌아오는 약 60km 구간이다.

 

▲ 볼보 EX90

 

# 680마력, 그런데 다루기는 어렵지 않다

 

시승차는 EX90 트윈 모터 퍼포먼스다.

 

앞뒤에 전기모터를 하나씩 배치한 사륜구동 방식으로 최고출력 680마력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2초다. 일반 트윈 모터는 456마력, 제로백 5.5초의 성능을 낸다.

 

수치만 보면 스포츠 모델에 가깝지만, 실제 움직임은 다르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속도는 빠르게 올라간다. 다만 초반부터 힘을 한꺼번에 쏟아내기보다 차체가 운전자 의도에 맞춰 매끄럽게 속도를 붙인다.

 

덕분에 큰 차를 억지로 끌고 가는 느낌이 적다. 차체 크기를 생각하면 도심에서도 생각보다 민첩하게 거동하고, 고속 영역에서는 넘치는 출력이 추월과 차선 변경에 여유를 만들어준다.

 

무엇보다 EX90은 운전자에게 계속 성능을 과시하려 들지 않는다. 필요할 때 힘을 꺼내 쓰고, 평소에는 조용히 숨겨두는 진중한 성격에 가깝다.

 

▲ 볼보 EX90

 

# 1초에 500번 움직이는 서스펜션

 

EX90의 승차감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장치는 듀얼 챔버 에어 서스펜션이다.

 

볼보가 이날 공개한 설명 자료에 따르면 에어 서스펜션은 초당 최대 500회 속도로 감쇠력을 실시간 조절한다. 차량 무게 배분은 앞 47%, 뒤 53%다.

 

주행 상황에 따라 차체 높이도 자동으로 조절된다. 오프로드에서는 차체를 최대 40mm 높일 수 있고, 코너링에서는 바깥쪽 서스펜션을 제어해 차체 기울어짐을 줄인다. 가속할 때 뒤가 주저앉는 스쿼트와 제동 때 앞이 숙여지는 노즈다이브도 억제한다.

 

실제 도로에서는 이 기능들이 하나씩 작동한다기보다 전체적으로 차체를 차분하게 만드는 쪽으로 느껴진다.

 

도로의 요철을 지날 때 첫 충격을 부드럽게 받아낸 뒤 빠르게 자세를 잡는다. 차체가 큰 SUV에서 흔히 느낄 수 있는 긴 상하 움직임도 비교적 잘 억제돼 있다.

 

스티어링 역시 지나치게 무겁지 않다. 덕분에 거대한 차체를 운전하고 있다는 부담이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주행모드에서는 에어 서스펜션 감도를 부드러움·표준·단단함으로 조절할 수 있다. 성능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운전자부터 편안함을 원하는 가족 단위 운전자까지 폭넓게 대응하려는 설정이다.

 

▲ 볼보 EX90

 

# 800V로 바뀐 EX90…충전 10→80% 약 22분

 

EX90의 상품성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변화는 800V 전기 시스템이다. 800V 고전압 아키텍처와 최대 350kW DC 급속충전 시스템을 적용했다. 조건이 맞으면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22분이다. 볼보가 설명에 가장 공들인 부분 중 하나다.

 

대형 전기 SUV는 배터리 용량이 큰 만큼 충전 시간이 실제 사용 편의성을 크게 좌우한다. 특히 장거리 가족여행이 잦은 차량이라면 출력보다 충전시간 단축이 더 직접적인 장점이 될 수 있다.

 

EX90이 단순히 ‘XC90을 전기차로 만든 모델’이 아니라 새로운 전기차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든 플래그십이라는 점도 여기서 드러난다.

 

▲ 볼보 EX90

 

# 차 안으로 들어온 콘서트홀

 

시승 중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의외로 오디오였다. EX90 울트라에는 바워스앤윌킨스(Bowers & Wilkins) 오디오 시스템이 기본으로 들어간다. 스피커 25개, 최대출력 1610W 구성이다.

 

경쟁 모델인 BMW iX xDrive50의 B&W 18스피커·775W, 메르세데스-벤츠 EQE 500 4MATIC의 부메스터 3D 15스피커·710W, 제네시스 GV80의 뱅앤올룹슨 18스피커·1400W와 비교해도 압도적이다.

 

단순히 숫자만 많은 것이 아니다. 헤드라이너에는 4개의 높이 채널 스피커를 넣었고, 좌석 헤드레스트에도 4개의 스피커를 배치했다. 돌비 애트모스를 활용해 단순히 좌우에서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니라 위쪽까지 음장을 확장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기능은 애비로드 스튜디오 모드다. 영국 애비로드 스튜디오의 음향 특성을 차량 내부에서 재현하도록 설계한 기능이다. 녹음실의 공간감과 장비 특성을 디지털 방식으로 구현한다.

 

전기차는 엔진 소음이 없기 때문에 오디오의 장점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음악을 크게 틀지 않아도 악기와 보컬이 분리되는 느낌이 또렷하고, 차 안 전체를 사용하는 공간감도 풍부하다.

 

EX90에서 오디오는 단순한 옵션이 아니라 실내 고급감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이런 세련되고 기름진 오디오를 듣다 보면 목적지에 도달해도 쉽게 내리지 못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 볼보 EX90

 

# 14.5인치 화면, 간결하지만 적응은 필요

 

운전석에 앉으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세로형 14.5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다. 기존 XC90과 S90에 적용된 11.2인치 화면보다 확실히 커졌다.

 

대부분 기능을 디스플레이 안으로 옮기면서 실내는 더욱 단순해졌다. 물리 버튼을 최소화한 대신 차량 설정과 공조, 주행 관련 기능 대부분을 화면에서 제어한다.

 

그러나 처음에는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 자주 사용하는 기능까지 화면 안에 들어간 탓에 주행 중 한두 단계 더 조작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메뉴 구조에 익숙해지면 여러 기능을 한 화면에서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EX90의 전자 시스템 중심에는 볼보가 ‘후긴코어(HuginCore)’라고 부르는 컴퓨팅 시스템이 있다. 자료에는 엔비디아 오린과 퀄컴 스냅드래곤이 함께 소개됐다. 볼보가 EX90을 단순한 전기차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는 SDV(Software Defined Vehicle)로 개발했다는 의미다.

 

▲ 볼보 EX90

 

# 유리 지붕도 버튼 하나로 어두워진다

 

실내에서는 전통적인 북유럽식 절제와 새로운 기술이 섞여 있다.

 

EX90에는 72개의 선라이크 LED가 적용됐다. 상단 리얼 우드와 반투명 아크릴층, LED를 겹쳐 빛을 직접 노출하기보다 소재를 통과해 은은하게 퍼지도록 만들었다.

 

대형 글라스 루프에는 일렉트로크로믹 기능도 있다. 별도의 물리 블라인드 없이 유리 투과율을 바꿔 강한 햇빛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제원상 수치는 빛 차단율 최대 80%, 투과율 4.8%다.

 

EX90은 6인승과 7인승으로 구성된다. 이날 시승한 6인승 모델은 2열에 독립식 캡틴 시트를 배치해 장거리 이동에서 보다 여유로운 공간을 제공한다.

 

▲ 볼보 EX90

 

# 성능보다 ‘차체를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더 중요

 

EX90 퍼포먼스에는 분명 680마력이라는 강한 숫자가 있다. 하지만 시승 내내 인상적이었던 것은 제로백 4.2초 자체가 아니었다. 큰 차체를 운전자가 쉽게 다룰 수 있도록 만든 스티어링, 노면 충격을 빠르고 편안하게 정리하는 에어 서스펜션이 더 강한 기억으로 남았다.

 

반면 디스플레이에 기능을 집중한 인터페이스는 기존 물리 버튼에 익숙한 운전자라면 적응이 필요하다. 차량 자체가 크고 무거운 만큼 좁은 골목이나 주차장에서는 차체 크기도 분명히 의식된다.

 

볼보는 전기차 시대의 플래그십을 만들면서 스포츠카처럼 날카롭게 만들기보다 대형 패밀리 SUV에 필요한 편안함과 안정감에 먼저 무게를 뒀다. 680마력은 그 위에 얹은 여유에 가깝다.

 

800V 시스템과 약 22분의 급속충전, 초당 500회 제어하는 에어 서스펜션, 25개 스피커 B&W 오디오, 14.5인치 디스플레이까지 더해지면서 EX90은 기존 XC90과는 확실히 다른 세대의 자동차가 됐다.

 

XC90의 강점을 그대로 전기로 옮긴 차라기보다, 볼보가 전기차 시대에 맞춰 플래그십 SUV의 기준을 다시 세운 결과물에 가깝다.

 

더드라이브 / 조창현 기자 changhyen.cho@thedr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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