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슬라가 국내 소비자들에게 900만원이 넘는 완전자율주행(FSD) 옵션을 판매하면서 실제 사용이 불가능한 차량이 많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국내 등록 테슬라의 약 78%가 FSD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유료 옵션 판매와 출시 홍보를 이어왔다는 것이다.
소비자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5일 테슬라코리아를 표시광고법 및 전자상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일부 외신들도 이 소식을 전하며,테슬라의 FSD 판매 방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논란의 핵심은 소비자가 수백만원을 추가로 지불하고도 자신의 차량에서 FSD 자율주행 기능을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제대로 알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 국내 테슬라 18만대 이상 FSD 사용 불가
테슬라코리아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6년 9월 말 기준 국내 등록 테슬라는 23만 8,968대다. 이 가운데 FSD를 사용할 수 있는 차량은 5만 3,477대로 전체의 22.4%에 불과하다.
나머지 18만 5,491대(77.6%)는 FSD 사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된 모델3와 모델Y가 18만 3,407대로 대부분을 차지하며, 일부 미국산 구형 모델S와 모델X도 포함된다.
이처럼 차량 생산지에 따라 FSD 사용 가능 여부가 달라지는 이유는 국내 자동차 안전기준 때문이다.

미국에서 생산된 테슬라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미국 자동차 안전기준 인정 절차를 적용받을 수 있다. 반면 중국산 차량은 이러한 특례 대상이 아니어서 국내 안전기준에 따른 별도 승인 절차가 필요하다.
특히 로이터에 따르면 2025년 국내에서 판매된 테슬라 신차의 99%는 당시 FSD를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차량이었다. 중국산 차량 판매가 빠르게 늘어나는 동안 FSD 홍보와 유료 판매는 계속됐다는 것이 소비자단체의 주장이다.
가격도 만만치 않다. 테슬라는 2019~2020년 국내에서 FSD를 771만 4,000원에 판매했고, 이후 가격을 904만 3,000원까지 올렸다. 올해 8월에는 월 15만원의 구독 방식으로 전환했다.
소비자단체는 테슬라가 이러한 고가 옵션을 판매하면서 차량별 사용 제한과 국내 승인 여부를 명확하게 고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테슬라코리아는 지난해 11월 국내 도로에서 촬영한 FSD 시연 영상을 공개하면서 'Coming Soon(곧 출시)'이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하지만 올해 10월 8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서영득 테슬라코리아 대표는 당시까지 국토교통부에 FSD 관련 공식 시험을 신청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테슬라가 중국산 차량의 FSD 사용을 위한 기준 적용 특례 승인 신청서를 국토부에 제출한 것은 그로부터 약 2주 뒤인 10월 22일이었다.
소비자단체는 테슬라가 기능의 국내 출시 가능성과 규제상 한계를 알고도 소비자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며, 공정위에 광고 중지 명령과 과징금 부과, 관계기관 고발 등을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테슬라의 FSD 광고와 관련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 환불 소송에서는 테슬라 승소…공정위 판단은 별개
이번 논란에 앞서 테슬라는 국내 FSD 구매자들과의 민사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0부는 지난 10월 29일 FSD 옵션 구매자들이 테슬라코리아를 상대로 제기한 구매대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 소비자들은 FSD를 구매하고도 약속한 자율주행 기능이 구현되지 않았다며 환불을 요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FSD 옵션이 운전자 개입이 필요 없는 레벨5 완전자율주행을 약속한 계약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기술 발전과 규제 승인을 전제로 향후 기능을 제공하는 계약이라는 것이다.
또한, 테슬라가 기본 오토파일럿과 향상된 오토파일럿 등 일부 기능을 이미 제공했고, 추가 기능의 도입이 국내외 규제에 따라 지연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하지만 이번 공정위 신고는 민사소송과 성격이 다르다. 계약상 환불 의무가 있는지와 별개로, 테슬라가 광고와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의 구매 판단에 중요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했는지가 쟁점이다.
특히 FSD는 이름과 달리 운전자가 계속 전방을 주시하고 주행 상황을 감독해야 하는 레벨2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다. 운전자가 책임을 차량에 완전히 넘길 수 있는 자율주행 기술은 아니다.
테슬라 FSD를 구매한 국내 소비자 가운데 실제 사용이 불가능한 차량 소유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아직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또한, 중국산 차량에 대한 승인 절차가 시작됐지만, 실제 승인 여부나 사용 가능 시점도 확정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미래에 제공될 기능을 미리 판매하는 과정에서 어디까지 소비자에게 설명해야 하는지다. 테슬라가 FSD의 국내 사용 제한을 충분히 고지했는지에 따라 향후 공정위 판단이 달라질 전망이다.
더드라이브 / 조하은 기자 auto@thedr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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