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의 한 차주가 수백만 달러를 들여 구입한 애스턴 마틴 발키리 하이퍼카의 잇따른 결함으로 시련을 겪고 있다. 차량 인도 후 단 441km밖에 주행하지 않았음에도 각종 결함과 안전 시스템 오작동, 제조사의 무책임한 대응까지 겹치면서 결국 법적 소송으로 이어졌다.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Handelsblatt)’는 해당 차량 소유자가 쿤체(Kunze)라는 가명으로 인터뷰에 응했다고 보도했다. 쿤체는 2022년 2월 300만 유로(약 47억 5,700만 원)를 지불하고 발키리를 구매했다.
발키리는 자연흡기 V12 엔진과 F1 스타일의 하이브리드 시스템(KERS)을 갖춘 애스턴마틴의 야심작으로, 도로 주행이 가능한 궁극의 퍼포먼스 머신을 지향한다.

그러나 차량 인도 직후부터 문제는 시작됐다. 경고등이 점등되고 고전압 시스템이 고장 나는 등 각종 전자 장비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결정적인 계기는 2024년 8월 24일 발생한 유사 충돌 사고였다.
쿤체는 차량의 외부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설계된 마이크-헤드폰 시스템이 고장 나 사이렌을 울리며 접근하던 구급차를 인지하지 못했고, 거의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그는 “재빠른 구급차 운전자의 반응 덕분에 치명적인 사고를 간신히 피했다”라고 주장했다.
애스턴마틴 발키리는 최고출력 1,160마력, V12 엔진이 11,000rpm까지 회전하는 극단적인 설계를 갖추고 있으며, 이 때문에 운전자는 항상 특별한 헤드폰을 착용해야만 한다. 외부 소리를 실시간으로 전달받아 주행 중 청각 정보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한 안전장치다.

그러나 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뻔했고, 쿤체는 차량 운행을 중단하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뿐만 아니라 ‘로켓 로커(Rocket Locker)’라고 불리는 서스펜션 유압 잠금장치가 제조사의 설명도 없이 제거됐고, 차량을 서비스센터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외관 손상까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쿤체는 “지금까지 소유했던 차량들보다 이 차량 하나에서 결함이 더 많다”면서 “애스턴마틴에 실망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차량 환불을 요구했으나, 애스턴마틴 측은 이를 거부하며 “문제가 없는 차량을 인도했다”라고 반박했다.

애스턴마틴은 차량을 회수하더라도 주행거리 441km에 대한 비용으로 5만 5,000유로(약 6,340만 원)를 청구하겠다는 입장이다.
브랜드 측은 “발키리 소유자 대부분은 연간 300~1,000km 정도밖에 주행하지 않는다”면서, 사실상 실사용보다는 전시용에 가깝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5만 km 이상 주행하면 전체 변속기를 교체해야 한다”라는 내용도 덧붙였다.
한편 애스턴마틴은 차량 구매 계약서에 명시된 조항에 따라 영국 법원에서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유럽 소비자 보호법에 따라 구매자의 거주지인 독일에서도 소송이 가능하다.

독일 아헨 지방법원은 양측에 6주 이내에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며,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쿤체는 영국 법원으로 사건을 옮겨야 할 수도 있다.
쿤체는 법원에서 “나는 이 차와 싸우고 싶은 게 아니다. 나는 그저 즐기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고급 하이퍼카에 대한 기대가 절망으로 바뀐 한 소비자의 현실은, 초고가 차량일수록 제조사의 책임이 더욱 무거워야 한다는 점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더드라이브 / 조윤주 기자 auto@thedr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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