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년 동안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세단은 사라져 가는 차종처럼 여겨졌다. SUV와 크로스오버가 주차장을 가득 채우며 가족용 차량은 물론 출퇴근용 차량으로도 가장 흔한 선택지가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현지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한동안 외면받던 세단이 다시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이유 중 하나는 SUV가 너무 흔해졌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이 어디서나 비슷한 형태의 SUV를 보는 데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분석한다. 자동차 분석 업체 아이씨카즈(iSeeCars)의 칼 브라우어는 이를 ‘SUV 피로감’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일부 소비자들이 이제 대세에 묻히는 차량보다, 자신의 취향을 드러낼 수 있는 차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흐름은 특히 젊은 운전자들 사이에서 두드러진다. 시장조사업체 에스칼렌트(Escalent)의 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10대 응답자의 51%는 미래에 세단을 운전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한다고 답했다. 반면 SUV를 선택한 비율은 31%에 그쳤다.

자동차 제조사들도 이 같은 변화를 감지하고 있다. 포드의 짐 팔리 CEO는 미국 저가 세단 시장에 다시 진입할 가능성을 여러 차례 시사해왔다. 업계에서는 포드가 4만 달러(약 5,400만 원) 미만의 신형 세단을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는 포드가 수년 전 미국 시장에서 전통적인 세단 생산을 중단한 이후 큰 방향 전환이 될 수 있다.
스텔란티스 역시 세단 시장 복귀 가능성이 거론된다. 일부 보도에서는 크라이슬러 브랜드가 향후 세단형 신차를 선보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세단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디자인이나 개성 때문만은 아니다. 여전히 가장 큰 강점은 가격 경쟁력이다. 신차 가격이 전반적으로 높아지고 유지비 부담이 커지면서, 구매자들은 연비와 보험료, 주차 편의성 같은 현실적인 요소를 더 중요하게 따지고 있다.
칼 브라우어는 “세단은 초기 구매 비용이 낮고, 보험료도 비교적 저렴하며, 연비가 좋다. 일반적으로 코너링 성능도 뛰어나고, 차체가 작아 주차하기도 쉽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세단은 예전만큼 흔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실용적인 선택지로 남아 있다. 현대 엘란트라(아반떼), 혼다 시빅, 닛산 센트라, 토요타 코롤라 같은 모델은 높은 차고나 오프로드 성능이 필요 없는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다.
토요타도 세단 시장에 다시 관심을 보이는 분위기다. 최근 토요타가 ‘크레시다(Cressida)’라는 이름을 다시 상표 등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과거 인기를 끌었던 세단 이름이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가격 차이도 세단 재조명에 힘을 보탠다. 켈리블루북(KBB)에 따르면 미국 내 신차 평균 거래 가격은 4만9,461달러(약 6,677만 원) 수준이다. 이는 2025년 12월 5만 달러(약 6,750만 원)를 넘었던 평균 가격보다 소폭 낮은 수준이다.
차급별로 보면 소형 SUV의 평균 가격은 3만7,514달러(약 5,064만 원), 중형 SUV는 5만380달러(약 6,801만 원), 대형 럭셔리 SUV는 10만4,800달러(약 1억4,148만 원)에 달한다.

반면 소형 승용차의 평균 가격은 2만7,590달러(약 3,725만 원), 중형 승용차는 3만4,069달러(약 4,599만 원), 럭셔리 승용차는 6만1,462달러(약 8,297만 원) 수준이다. 같은 용도의 차량을 비교할 경우 SUV가 세단보다 1만 달러(약 1,350만 원) 이상 비싼 경우가 적지 않은 셈이다.
물론 SUV와 크로스오버가 당장 미국 시장에서 사라질 가능성은 낮다. 넓은 실내 공간과 높은 시야, 다양한 활용성은 여전히 강력한 장점이다. 다만 모든 소비자가 비슷한 SUV를 선택하던 흐름은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더드라이브 / 조윤주 기자 auto@thedr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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