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에서 마약이나 약물에 취한 상태로 운전하다 적발된 사람이 처음으로 음주운전 적발자를 넘어섰다. 젊은 운전자와 재범자를 중심으로 ‘마약운전’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운전면허 즉시 정지와 재활교육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영국 도로안전 자선단체 IAM 로드스마트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마약운전 위반 코드인 DG10 처분을 받은 운전자는 3만 707명으로 집계됐다. 2022년보다 28% 증가한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음주운전 위반 코드인 DR10 처분을 받은 운전자는 2만 9,769명으로, 2022년보다 17% 감소했다. 마약운전 처분 인원이 음주운전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IAM 로드스마트의 정책 책임자 니컬러스 라이스는 “영국이 마약운전 확산이라는 심각한 문제에 빠져 있다는 사실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면서 “마약운전이 음주운전보다 도로에서 더 큰 위협이 됐을 가능성도 있다”라고 경고했다.

특히 젊은 운전자들의 마약운전 비중이 높았다. 전체 운전면허 보유자의 약 6%에 불과한 17~24세 운전자가 전체 마약운전 처분의 18%를 차지했다. 17~19세 운전자의 마약운전 처분 건수만 해도 60세 이상 전체 운전자보다 두 배가량 많았다.
사망사고도 이어지고 있다. 영국 교통통계에 따르면 2023년 약물 복용이 사고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교통사고로 149명이 숨졌다. 2015년 78명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규모다.
문제는 마약운전 의심자를 적발해도 운전을 즉시 막기 어렵다는 점이다.
영국 경찰은 현장에서 대마초나 코카인 복용 여부를 확인하는 타액 검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형사처벌을 위해서는 혈액검사 결과가 필요하며, 결과가 나오기까지 수주 또는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 이 기간 법원의 별도 명령이나 보석 조건이 없다면 운전자가 다시 운전대를 잡는 것도 가능하다.
IAM 로드스마트는 경찰이 현장 약물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온 운전자의 면허를 즉시 정지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영국에서 마약운전으로 유죄판결을 받으면 최소 12개월의 운전면허 정지와 상한 없는 벌금, 최대 6개월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처벌이 확정되기 전까지 발생하는 공백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재범 문제도 심각하다. 영국 정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마약운전 위반의 약 44%가 과거 음주운전이나 마약운전 전력이 있는 재범자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약운전 재범 건수도 2020년 1,363건에서 2024년 3,193건으로 4년 만에 134% 증가했다.
IAM 로드스마트는 기존 음주운전자 교육과 비슷한 마약운전자 재활 프로그램을 전국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처벌만으로는 재범을 막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약물이 판단력과 반응속도에 미치는 영향을 교육하고, 중독 치료와 연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 한국도 더 이상 안전지대 아니다
마약운전 문제는 영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국내에서도 마약류와 향정신성의약품을 복용한 뒤 운전하다 적발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국내 약물 운전으로 인한 운전면허 취소 건수는 2022년 80건에서 2024년 164건으로 2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국내 마약류도 기존 필로폰 중심에서 합성대마와 신종마약, 의료용 마약류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으며 남용 연령층까지 낮아지는 추세다.
이에 우리나라는 2026년 4월 2일부터 약물 운전 처벌을 강화했다. 마약뿐 아니라 프로포폴과 졸피뎀 등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운전하면 최대 징역 5년 또는 벌금 2,000만 원에 처할 수 있다. 경찰의 약물 측정 요구를 거부하는 행위도 별도의 처벌 대상이 됐다.
다만 약물 운전은 혈중알코올농도처럼 현장에서 수치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복용한 약물의 종류가 다양하고 체내 잔류 기간과 운전 능력에 미치는 영향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처방받은 수면제나 진정제라고 해도 운전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복용 후 졸음이나 어지럼증, 판단력 저하가 나타난다면 ‘불법 마약이 아니기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영국의 사례는 마약류 확산이 결국 도로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국내에서도 처벌 강화와 함께 신속한 현장검사 체계, 재범자 관리, 약물 복용 후 운전의 위험성을 알리는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드라이브 / 조윤주 기자 auto@thedr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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