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출처=독일 남서방송국(SWR) |
북한 평양에서 주차 공간 부족 문제가 화제가 되고 있다. 자동차를 포함한 사치품 수입이 오랫동안 제한돼 온 국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의외의 현상이다. 그러나 최근 평양을 중심으로 차량 운행이 늘어나면서, 다른 나라 대도시에서나 익숙한 ‘주차난’이 북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북한의 자동차 문화는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차량 상당수가 국제 제재를 우회해 반입됐을 가능성이 있고, 이를 수용할 주차 인프라 역시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북한은 2003년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한 뒤 국제사회의 강한 반발을 샀다. 이후 핵·미사일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무기 및 핵 프로그램 확대를 막기 위해 여러 차례 제재 결의안을 채택했다.
초기 제재에는 북한에 대한 사치품의 직접 또는 간접 공급·판매·이전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일부에서는 자동차 역시 이 사치품 범주에 포함된다고 해석해왔다. 2017년에는 대북 원유와 석유제품 수입을 제한하는 추가 결의안도 채택됐다. 이에 따라 북한의 연간 원유 수입량은 400만 배럴 수준으로 제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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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 평양 <출처=픽사베이> |
자동차 수입도 쉽지 않고 차량 운행에 필요한 연료 확보도 어려운 상황에서, 평양의 차량 수가 늘고 있다는 점은 의문을 낳는다. 결국 제재망이 완전히 작동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2019년 뉴욕타임스와 고등국방연구센터(C4ADS)는 북한으로 고급 차량과 제재 대상 물품이 반입되는 복잡한 경로를 추적한 바 있다. 당시 보도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사용하는 방탄 차량의 반입 정황도 거론됐다.
로이터는 북한으로 차량이 유입되는 주요 경로 가운데 하나로 중국 국경지대의 비공식 거래망을 지목했다. 중국 동북부 지린성의 한 중고차 판매업자는 차량들이 북한 국경을 넘기 전 여러 차례 거래된다고 설명했다. 최종 운송은 경험 많은 일부 밀수업자들이 맡는다는 것이다.
이 판매업자는 자신이 판매한 차량 일부가 북한으로 넘어간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북한 수입업자와 직접 거래한 것은 아니며, 재판매 과정이나 최종 구매자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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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 평양 <출처=픽사베이> |
로이터는 최근 3년 동안 평양 주민과 방문객들이 SNS에 올린 게시물을 분석해 북한 내 차량 운행 사례를 확인했다. 여기에는 창안자동차, 체리자동차, 지리자동차 등 중국 브랜드뿐 아니라 BMW와 아우디 같은 유럽 브랜드 차량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BMW와 아우디는 북한과 어떠한 사업 관계나 연관도 없다고 부인했다. 반면 일부 중국 제조업체들은 자사 차량이 북한에 어떻게 유입됐는지에 대한 질의에 답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대북 수출 통계에서도 의문점은 남는다. 자동차 자체의 수출 대수는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지만, 북한으로 향하는 윤활유, 그리스, 신품 타이어, 차량 부품 등의 수출은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북한 내 차량 운행 증가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 내 실제 차량 수에 대한 공식 통계는 없다. 다만 로이터는 조사한 사진 속 개인 소유 차량의 노란색 번호판이 다섯 자리 숫자를 사용하고 있으며, 일부 번호판은 1만 번대까지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는 개인 차량 수가 이미 상당한 규모에 이르렀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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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 두만강 <출처=픽사베이> |
한반도평화경제연구소 정창현 소장은 북한 내 차량 수가 내년에는 2만 대 수준에 가까워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차량 증가세가 특히 수도 평양에 집중될 경우, 열악한 도로와 주차 인프라는 더 큰 부담을 받을 수밖에 없다. 북한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한 외국인 사업가는 “평양 시내에서 주차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현재 평양의 상당수 주차 공간은 관리인이 요금을 받는 비공식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관영매체는 지난해 10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하주차장을 시찰하는 장면을 공개하기도 했다. 평양에서 지하주차장은 아직 흔치 않은 시설로 알려져 있어, 차량 증가에 따른 주차 인프라 확충 움직임으로 해석될 수 있다.
결국, 평양의 주차난은 단순한 교통 문제가 아니다. 국제 제재 속에서도 북한 내 차량 보급이 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도시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현실을 동시에 보여주는 사례다. 차량 수가 계속 늘어난다면 평양의 주차 문제는 앞으로 더 두드러질 가능성이 크다.
더드라이브 / 조윤주 기자 auto@thedr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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