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 산업의 역사는 거대해지는 차체와 고출력 경쟁만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혼잡한 도심 환경과 연료 효율, 이동의 최소 단위를 고민한 결과물들은 때때로 상식을 벗어난 크기와 형태의 자동차로 등장했다. 소형 시티카가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기 이전부터, 일부 제조사들은 ‘자동차는 반드시 커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가장 극단적인 방식으로 답해 왔다.
그 결과 탄생한 초소형 프로덕션 차량들은 실용성과 실험정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지금까지도 자동차 역사 속 독특한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다. 여태까지 등장했던 양산차 가운데 가장 작고 엉뚱하다고 평가받는 다섯 가지 모델을 살펴본다.
1. 레바아이(REVAi)

인도의 REVAi는 초소형 전기차라는 개념을 누구보다 빠르게 현실로 옮긴 사례다. 영국에서는 ‘레바 G-위즈(Reva G-Wiz)’라는 이름으로 판매된 이 차량은 2001년부터 2012년까지 생산됐으며, 외형은 마치 교과서 여백에 그린 어린이의 그림을 연상시켰다.

휠베이스는 1700mm, 전장은 2600mm에 불과해 일부 국가에서는 고속도로 주행이 가능한 자동차로조차 분류되지 못했다. 후륜에 장착된 13kW 전기 모터는 1회 충전 시 약 80km의 주행거리를 제공했으며, 이후 등장한 리튬이온배터리 버전에서는 최대 120km까지 주행거리가 늘어났다. 마감 품질과 성능 면에서 한계가 있었지만, 전 세계 26개국 이상에서 4,600대 이상이 팔리며 초소형 전기차의 가능성을 처음으로 보여준 모델로 기록된다.
2. 베스파 400

이 차는 스쿠터의 대명사로 알려진 베스파 브랜드가 유일하게 양산한 자동차다. 1957년부터 1961년까지 생산됐으며, 이탈리아에서 설계됐지만, 프랑스 ACMA 공장에서 제작됐다.

접이식 소프트톱과 최소한의 적재 공간을 갖춘 2인승 구조로, 당시 기준으로도 실용성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휠베이스 1693mm, 전장 2850mm, 공차중량 360kg에 불과해 피아트 500조차 크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0.4리터 2행정 2기통 엔진과 3단 수동변속기를 조합한 베스파 400은 저렴하고 주차가 쉬운 도심형 이동 수단으로 홍보됐으며, 생산 기간 동안 3만 대 이상이 제작됐다.
3. 트라이던트

영국의 트라이던트는 디자인 측면에서 가장 미래지향적인 마이크로카 중 하나로 꼽힌다. 투명한 버블형 캐노피를 적용한 이 3륜차는 마치 고카트와 항공기를 결합한 듯한 인상을 줬다. 약 4마력을 발휘하는 단기통 2행정 DKW 모페드 엔진을 탑재했으며, ‘걷는 것보다 싸다’는 문구로 홍보될 만큼 유지비 절감을 전면에 내세웠다.

전장은 약 1900mm에 불과했고, 공인 연비는 최신 스쿠터 수준인 42km/ℓ에 달했다. 자동차라기보다는 이동 가능한 캡슐에 가까운 이 모델은 마이크로카 시대의 실험정신을 상징한다.
4. 이세타 마이크로카

이 차는 해당 목록 가운데 대중적으로 가장 성공을 거둔 모델이다. 1953년 이탈리아에서 선보인 이세타는 전면부 전체가 열리는 독특한 도어 구조와 매우 좁은 후륜 배치를 특징으로 했다. 전장은 2290mm에 불과했지만, 전후 독일 시장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BMW가 라이선스를 받아 생산에 나섰다.

이소 또는 BMW 오토바이 엔진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사양이 존재했으며, BMW는 이세타만으로 16만 대 이상을 생산했다. 이세타의 디자인과 개념은 오늘날 미크롤리노와 같은 현대적 마이크로카의 직접적인 영감이 되고 있다.
5. P50

역사상 가장 작은 양산차라는 타이틀은 P50이 차지하고 있다. 1962년부터 1965년까지 생산된 이 3륜차는 ‘성인 1명과 쇼핑백 하나’를 태울 수 있다고 소개됐다. 전장은 단 1370mm, 중량은 약 59kg에 불과해 차량 뒤를 들어 올려 직접 이동시키는 것도 가능했다.

이 독특한 장면은 2008년 방송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려졌다. P50 역시 단기통 2행정 DKW 모페드 엔진을 탑재했으며, 현재는 원형 디자인을 유지한 채 전기차와 내연기관 모델로 다시 생산되고 있다.
오늘 소개한 차량은 단순한 기행이나 실패작이 아니다. 도심 이동의 본질을 가장 극단적으로 해석한 결과물이자, 오늘날 전동 킥보드와 초소형 전기차, 마이크로 모빌리티로 이어지는 흐름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작고 엉뚱해 보이지만, 이 차량들이 남긴 질문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자동차는 어디까지 작아질 수 있으며, 이동의 최소 단위는 무엇인가라는 질문 말이다.
더드라이브 / 조윤주 기자 auto@thedr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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