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완의 세상만사] 당신은 어떠한가? / 참 너무한 공익광고

칼럼 / thedrive / 2020-12-08 15:4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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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보다 큰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도움이 절실한 어느 소녀의 이야기였는데
그 기구한 사연에 억장이 무너지고
타인의 불행에 관심조차 없던 나의 이기적 삶이 
몸서리나게 부끄러웠다.
​
그러나 그 충격은 오래가지 않았다.
바로 비슷한 사연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어라? 이게 뭐야?
울컥했던 마음에 슬며시 제동이 걸린다.
뭔가 수상하다.
그런데 바로 그다음
또 그와 비슷한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는가?
​
야들이 지금 뭐 하자는 거야?
나를 호구로 보는 거야?
여기저기서 숨 돌릴 틈도 없이 손을 내미니
반성하는 마음은 사라지고 되레 화가 난다.
​
이들은 이른바 공익광고다.
오염된 물을 먹어야 하는 오지 어린이
기아 병마에 시달리는 난민촌 어린이
먹을 게 없어 해골만 남은 아프리카 어린이
국내 결손가정의 희귀병 어린이
불치병 엄마와 소녀 가장
가난, 고독과 싸워야 하는 독거노인.
기후변화에 갈 곳 잃은 북극곰.

​

국내외, 남녀노소, 인종을 안 가리고
빈곤, 기아, 질병, 물 부족 등 이유도 갖가지다.
심지어 북극곰까지 출연해 손을 내민다.
​
구성과 형식도 대동소이하다.
각기 다른 기관 이름을 걸었을 뿐
비슷한 스토리텔링으로 최대한 눈물샘을 자극한다.
마치 홈쇼핑처럼 시청자 주머니 털기 경쟁을 벌이는 것 같다.
시청자는 졸지에 바보가 된 느낌이다.
​
공익광고는 방송사마다 몇 편씩 
의무적으로 방영해야 하는 걸로 안다.
방송사들로서는 돈도 안 되는 것,
광고 없는 시간, 혹은 광고료가 가장 싼 시간에
한꺼번에 털어내는 모양이다. 
이러한 편성은 공익 아닌 공해다.
안타까운 사연들을 비슷한 스토리로 몰아 내보냄으로써
사연의 신빙성을 깨뜨리고
선의의 시청자까지 기가 질리게 한다.
​
그래도 냉소적인 마음을 추스르고 
어디에 얼마를 내면 좋을까 생각하다 보니
문득 궁금증이 생긴다.
그렇게 짠한 표정을 짓던 출연진은 
대체 얼마를 냈을까?
그토록 남의 눈물을 뺐다면
자긴 전 재산을 털어도 모자라지 않을까?
만일 한 푼도 안 냈다면 
그의 눈물은 연기요, 사기다.
그에 속아 주머니를 털면 나만 바보 되지 않겠는가?
​
지갑을 열지 않고 그냥 뭉갤 핑계가 생겼다.
열려던 지갑을 그냥 닫는다.
그러나 마음은 편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도와야 하지 않겠는가?

​글은 더드라이브 외부 필진이면서

전(前) 신문기자, 현(現) 농부인 김지완 님의 칼럼입니다.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적고 있으며 ,김지완 님의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https://blog.naver.com/qd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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