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하면 끝?”…재규어 운명 건 1억8000만원짜리 전기차 등장

신차 / 조하은 기자 / 2026-10-08 12:05:57
  • 카카오톡 보내기
▲ 재규어 신형 전기차 ‘타입 01(Type 01) <사진=재규어>

 

재규어가 브랜드의 운명을 건 신형 전기차 ‘타입 01(Type 01)’을 마침내 공개했다. 6년에 걸친 브랜드 재건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최고출력 1000마력이 넘는 전기 파워트레인과 최대 644km에 달하는 EPA 예상 주행거리를 앞세웠다.

 

재규어는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순수 전기 4도어 그랜드 투어러 타입 01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2024년 선보인 파격적인 ‘타입 00’ 콘셉트의 디자인을 대부분 그대로 양산차에 옮긴 모델이다.

 

▲ 재규어 신형 전기차 ‘타입 01(Type 01) <사진=재규어>

 

타입 01은 단순한 신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재규어는 기존 라인업을 사실상 정리하고 고가 순수 전기차 브랜드로 다시 출발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JLR이 공식적으로 새 재규어 전략을 발표한 것은 2021년으로, 타입 01은 이를 실제 양산차로 구현한 첫 모델이다.

 

외관은 타입 00 콘셉트의 충격적인 비례를 거의 그대로 유지했다. 긴 보닛과 낮게 깔린 차체, 뒤쪽으로 완만하게 떨어지는 루프라인이 특징이며 23인치 휠을 적용했다. 양산차임에도 전형적인 전기차 디자인보다는 E-타입과 XJS로 이어지는 재규어 특유의 ‘롱 노즈·로우 루프’ 비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 재규어 신형 전기차 ‘타입 01(Type 01) <사진=재규어>

 

로던 글로버 재규어 매니징 디렉터는 타입 01을 두고 “재규어는 욕망의 대상이어야 한다”며 디자인과 엔지니어링 중 어느 한쪽도 타협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재규어 역시 타입 01을 역대 가장 강력하고, 가장 공기역학적이며, 기술적으로 가장 진보한 모델이라고 설명한다.

 

양산차까지 콘셉트 디자인을 유지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특히 여러 곡면과 각도가 만나는 후면 알루미늄 패널은 초기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에서 생산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재규어 엔지니어들이 별도의 제작 방식을 개발했다. 내부에서는 이 부품을 ‘임파서블 패널(불가능한 패널)’이라고 부른다.

 

▲ 재규어 신형 전기차 ‘타입 01(Type 01) <사진=재규어>

 

성능은 재규어 역사상 최고 수준이다. 앞쪽에 전기모터 1개, 뒤쪽에 2개를 배치한 트라이모터 시스템이 최고출력 1015마력(1030PS), 최대토크 1365Nm(약 139.2kg·m)를 낸다. 구동력은 뒷바퀴에 더 많이 배분돼 전통적인 후륜구동 재규어의 주행 감각을 살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는 약 3.2초가 걸리며, 시속 100km에서 180km까지도 불과 4초 만에 도달한다. 다만 재규어는 단순한 제로백 경쟁보다는 고속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강력한 가속력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 재규어 신형 전기차 ‘타입 01(Type 01) <사진=재규어>

 

주행 성능을 위한 장비도 대거 적용됐다. 3단계로 작동하는 액티브 리어 윙을 비롯해 4륜 조향, 뒷바퀴 좌우 모터의 출력을 개별 제어하는 토크 벡터링을 적용한다. 주행 모드는 재규어, 다이내믹, 이피션트, 아이스&스노우와 개인 설정이 가능한 큐레이티드 모드까지 총 5가지다.

 

전기차 핵심 사양도 상당하다. 타입 01에는 118kWh 사용 가능 용량의 배터리와 850V 전기 시스템이 탑재된다. 재규어가 제시한 예상 주행거리는 EPA 기준 최대 **400마일(약 644km)**이며 WLTP 기준으로는 최대 **450마일(약 724km)**다. 시속 120km로 지속 주행할 경우에도 약 320마일(515km)을 달릴 수 있다고 재규어는 설명했다.

 

▲ 재규어 신형 전기차 ‘타입 01(Type 01) <사진=재규어>

 

350kW DC 급속충전을 이용하면 단 13분 만에 약 200마일(321km) 주행거리를 추가할 수 있다. 10→80% 충전시간은 약 22분으로 제시됐다. 기존 400V 충전기에서도 충전 성능을 높이기 위해 배터리를 분할해 충전하는 방식도 적용한다.

 

실내 역시 파격적이다. 운전자 앞에는 하나의 유리로 구성된 24인치 OLED 디스플레이가 들어가며 센터 콘솔에는 스마트폰처럼 세로로 배치된 7인치 터치스크린이 마련된다. 공조와 시트, 주요 기능을 이 화면에서 조작한다. 센터 콘솔은 실내 전체를 길게 관통하며 네 좌석을 각각 독립된 공간처럼 나눈다. 금속과 가죽, 직물 소재를 조합해 전통적인 럭셔리와 미래적인 분위기를 동시에 강조했다.

 

▲ 재규어 신형 전기차 ‘타입 01(Type 01) <사진=재규어>

 

후면 유리도 일반적인 방식과 다르다. 사실상 전통적인 리어 윈도를 없애고 후방 카메라 영상을 디스플레이로 보여주는 방식을 택했다. 실내에는 차폭 전체를 가로지르는 파노라믹 사운드바와 감각형 오디오 시스템도 적용된다.

 

타입 01은 재규어 전용 전기차 플랫폼인 JEA(Jaguar Electric Architecture)를 기반으로 하며 설계와 엔지니어링, 생산 모두 영국에서 이뤄진다. 차체 생산은 영국 솔리헐 공장에서 2027년 시작하며, 전기 구동장치와 배터리팩은 울버햄프턴, 차체 패널은 헤일우드에서 생산한다.

 

▲ 재규어 신형 전기차 ‘타입 01(Type 01) <사진=재규어>

 

가격 역시 과거 재규어와 차원이 달라진다. 미국 판매 가격은 13만500달러(약 1억8000만원)부터 시작할 예정이며, 영국에서는 13만파운드(약 약 2억3,000만원)부터다. 주문은 2027년 초 시작되고 차량 인도는 같은 해 하반기로 예상된다.

 

이는 최근 재규어 차량의 평균 가격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재규어는 타입 01을 시작으로 판매량을 늘리는 대신 높은 가격과 높은 수익성을 추구하는 초고급 전기차 브랜드로 방향을 틀 예정이다. 후속 모델 역시 타입 01보다 저렴한 대중형보다는 더 높은 가격대를 겨냥할 가능성이 크다.

 

▲ 재규어 신형 전기차 ‘타입 01(Type 01) <사진=재규어>

 

특히 타입 01은 성공 여부에 따라 재규어의 미래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차량 생산을 중단하다시피 하면서까지 신차 개발에 집중했고, 논란이 컸던 리브랜딩과 순수 전기차 전환, 대폭 오른 가격이라는 세 가지 모험을 한꺼번에 감행했기 때문이다.

 

타입 00 콘셉트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만 해도 “너무 급진적이다”라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실제 타입 01은 그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도로 위에 옮겼다. 재규어가 말하는 ‘Copy Nothing’ 전략이 시장에서도 통할지는 2027년부터 본격적으로 판가름 날 전망이다.

 

더드라이브 / 조하은 기자 auto@thedrive.co.kr 

[ⓒ 더드라이브(TheDrive).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