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가 8000시간 공들여 제작한 ‘목재 벤츠 300SL’…실제 주행도 가능하다

조윤주 기자

auto@thedrive.co.kr | 2025-10-28 17:55:22

 

언뜻 보면 고전적인 메르세데스-벤츠 300SL 걸윙이다. 길고 유려한 실루엣, 상징적인 도어 라인, 1950년대의 클래식한 분위기까지 그대로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차가운 금속 대신 따뜻한 티크 원목의 결이 빛을 반사한다.

 

이 작품의 이름은 ‘라 벨 카스텔(La Belle Castelle)’, 프랑스 장인 레미 르 포레스티에(Rémi Le Forestier)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그는 2년간, 총 8,000시간 이상의 수작업 끝에 티크 목재로 전설의 300 SL을 실물 크기로 복원했다. 놀라운 점은 이 차가 실제로 주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 티크 원목으로 만든 걸윙, 그리고 진짜 엔진

‘라 벨 카스텔’은 단순한 모형이 아니라, 실제 엔진이 탑재된 작동형 복제품이다. 차체 구조는 1989년식 메르세데스 E 300 섀시를 기반으로 하고, 내부 강성을 위해 튜뷸러 스틸 프레임을 사용했다.

 

보닛, 루프, 펜더, 도어 등 모든 외부 패널은 단단한 티크 원목을 수작업으로 조각해 조립됐다. 걸윙 도어 역시 원본처럼 위로 열린다.

 

 

보닛 아래에는 실제 3.0리터 메르세데스 엔진이 탑재됐으며, 최고속도 약 80km/h까지 달릴 수 있다.

 

물론 1952년 르망과 카레라 파나메리카나에서 우승을 거머쥔 원조 W194와 성능을 비교할 순 없지만, ‘라 벨 카스텔’은 속도보다 아름다움과 인간의 손길에 초점을 둔 작품이다.

 

 

# 300SL의 곡선을 다시 새긴 장인의 손끝

1954년 등장한 300SL은 ‘가장 아름다운 자동차 중 하나’로 불린다. 튜브 프레임 구조로 인해 탄생한 독특한 걸윙 도어, 공기역학적 실루엣, 시대를 초월한 우아함. 르 포레스티에는 이 모든 비율과 선을 목재로 완벽하게 재현했다.

 

# 차체 크기는 원본과 동일

차체는 길이 5m, 너비 1.8m, 높이 1.45m이다. 금속 대신 목재를 사용했음에도 300SL 특유의 공기역학적 균형과 비례감을 그대로 유지했다.

 

 

실내는 브라운 가죽 시트와 정교한 목재 디테일이 조화를 이루며, 예술성과 기계적 정밀함이 하나로 융합된다.

 

# 가족에서 시작된 예술, 예술로 완성된 기술

이 프로젝트의 출발은 기술적 도전이 아닌 가족의 한순간 때문이었다. 르 포레스티에는 원래 제임스 본드의 애스턴마틴 DB5를 만들려고 했지만, 어린 딸이 메르세데스 박물관에서 300SL에 반하자 계획을 바꿨다. 그는 이를 “인생 최대의 도전”이라 표현했다.

 

 

그와 네 명의 동료는 수천 장의 사진과 3D 스캔 데이터를 바탕으로 300SL의 곡선을 손으로 재현했다. 티크는 내습성과 내구성이 뛰어나며, 움직이는 예술품에 가장 적합한 소재로 선택됐다.

 

# 예술로 완성된 공학, 움직이는 조각

‘라 벨 카스텔’은 지난 6월 프랑스 샤토티에리에서 열린 ‘장 드 라 퐁텐 축제(Fêtes Jean de La Fontaine)’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관객들은 이 작품을 두고 1924년 제작된 히스파노-수이자 H6B 튤립우드, 또는 프랑스 장인 미셸 로비야르의 목제 시트로엥 2CV와 비교했다.

 

하지만 라 벨 카스텔은 세계 유일의 완전한 목재 구조와 주행 기능을 동시에 갖춘 300SL이다. 현재는 오아즈 생막시맹의 ‘레이스박스(Racebox)’ 쇼룸에 전시돼 예술 애호가와 자동차 수집가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 전통과 기술을 잇는 다리

르 포레스티에는 이미 유명한 목공예가이다. 보카사 황제의 왕좌 복제품을 제작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백악관용 책상을 납품한 경력이 있다.

 

그러나 그는 “라 벨 카스텔은 단순한 가구나 조각이 아니다”라며, 이 작품을 ‘전통과 기술, 인간과 기계 시대를 잇는 다리’라고 정의했다.

 

 

# 경매 출품 예정… “예술의 가격은 숫자가 아니다”

‘라 벨 카스텔’은 오는 11월 프랑스 메종 루이약(Maison Rouillac) 경매에 출품될 예정이다.

시작가는 약 1만 5,000유로(약 2,500만 원)이다. 2년간의 노동과 예술혼을 감안하면, 그 가격은 오히려 겸손한 수준이라 평가된다.

 

레미 르 포레스티에는 “라 벨 카스텔은 단순히 움직이는 차가 아니라, 인간의 손끝이 만들어낸 영혼 그 자체이다”라고 말했다. <사진=Rémi Le Forestier / Maison Rouillac / Racebox France 제공>

 

더드라이브 / 조윤주 기자 auto@thedrive.co.kr


[ⓒ 더드라이브(TheDrive).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