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는 OK, 자율주행은 NO… 페라리가 선 긋는 진짜 이유는?
조채완 기자
auto@thedrive.co.kr | 2026-06-04 17:41:20
페라리가 전동화 시대로 접어들었음에도 업계의 일반적인 흐름과는 다른 방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 전반이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 빠르게 이동하는 가운데, 페라리는 “운전의 중심은 사람”이라는 철학을 오히려 더 강조하는 모습이다.
최근 전기 모델 ‘루체’의 등장은 이러한 전략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페라리는 루체를 전기차 라인업 확대의 일부로 두면서도, 내연기관을 대체하는 개념이 아니라 함께 가져가는 선택지로 보고 있다. 전기차, 하이브리드, 내연기관을 모두 유지하는 구조는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내연기관 축소를 빠르게 추진하는 흐름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입장도 분명하다. 많은 제조사들이 고도화된 운전자 보조 시스템과 완전 자율주행을 미래 핵심으로 보고 있지만, 페라리는 완전 자율주행 차량 개발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 페라리 측은 ‘퍼포먼스’는 단순한 이동 효율이 아니라 ‘운전자가 직접 차를 다루면서 느끼는 감각과 몰입하는 경험’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철학은 제품 전략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전동화 흐름을 받아들이면서도 V8, V12 같은 내연기관 모델의 개발과 감성 유지에 꾸준히 힘을 싣고 있다. 일부 한정 모델에서는 수동 변속기 부활 가능성까지 언급되는데, 이는 단순히 과거로 돌아가려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전동화 전환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추세다. 전기차 수요는 계속 늘고 있지만, 여전히 엔진 사운드와 주행 감각을 중시하는 고객층 역시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다.
결국 페라리의 방향은 기술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의 폭을 넓히는 데 가깝다. 새로운 기술은 받아들이되, 운전의 본질은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점에서 페라리는 업계의 주류 흐름과는 다른 길을 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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