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속도 지키면 계속 녹색불 켜줘…이색 정책에 과속·사고 급감

조윤주 기자

auto@thedrive.co.kr | 2026-09-08 17:26:55

 

과속 운전자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대신 제한속도를 지키는 운전자에게 ‘초록불’을 보상으로 주는 이색 교통 정책이 미국 일부 도시에서 효과를 보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와 뉴멕시코주 앨버커키는 ‘레스트 인 레드(Rest in Red)’ 신호 시스템을 활용해 운전자들의 과속을 억제하고 있다.

 

핵심은 이렇다. 차량이 없는 상황에서는 교차로 신호가 기본적으로 적색을 유지한다. 이후 차량이 접근하면 센서가 속도를 측정해 제한속도를 지키고 있을 경우 미리 녹색 신호를 제공한다.

 

반대로 과속 차량이 접근하면 신호는 적색 상태를 유지한다. 결국, 속도를 지키는 운전자는 멈추지 않고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과속 운전자는 신호에 걸려 정차하게 되는 구조다.

 

 

포틀랜드 교통국(PBOT)은 이를 과속 운전자에게 물리적인 과속방지턱 대신 신호로 제동을 거는 일종의 ‘가상 과속방지턱’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포틀랜드는 야간 과속 사고가 잦았던 사우스이스트 파월 불러바드에 이 시스템을 적용했다.

 

# 즉각적인 효과 나타나

 

포틀랜드가 처음 시스템을 시험한 교차로에서는 평균 주행 속도가 시속 39마일(약 63km/h)에서 제한속도인 시속 30마일(약 48km/h)로 떨어졌다. 약 23% 감소한 셈이다.

 

앨버커키 역시 과속과 사고가 잦았던 리드 애비뉴와 콜 애비뉴에 속도 감지형 레스트 인 레드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지역은 과거부터 과속 문제가 심각했다. 2021년 조사에서는 콜 애비뉴 일부 구간에서 차량의 63%가 제한속도보다 시속 7마일(약 11km/h) 이상 빠르게 달렸으며, 시속 5마일(약 8km/h) 이상 초과한 차량은 평균 78%에 달했다.

 

 

그러나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앨버커키시는 해당 구간에서 과속뿐 아니라 사고와 부상도 크게 줄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시는 현재도 레스트 인 레드와 자동 속도 단속 장비, 제한속도에 맞춘 신호 연동 등을 함께 활용하고 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운전자들이 시스템의 원리를 자연스럽게 학습한다는 점이다.

 

제한속도를 지키면 다음 교차로에서 녹색 신호를 받을 가능성이 높지만, 한 명이라도 과속하면 신호가 적색으로 유지된다. 앨버커키 주민 아이작 로메로는 “모두가 침착하게 시속 30마일로 달리면 계속 녹색 신호를 받을 수 있다”라고 AP에 말했다.

 

# ‘레스트 인 레드’ 자체는 새로운 기술은 아냐

 

1977년 미국 ‘퍼블릭 웍스(Public Works)’에 발표된 연구에서도 이 시스템이 교차로 전후 약 600피트(약 183m) 구간에서 평균 속도를 유의미하게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당시 연구에서는 원래 사고율이 낮았던 구간이어서 사고 감소 효과는 통계적으로 뚜렷하지 않았다.

 

 

최근 연구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사고 감소 효과도 확인됐다. 노스캐롤라이나 교통당국에 따르면 2023년 도시와 농촌 지역 5개 도로를 대상으로 레스트 인 레드를 적용한 결과 전체 사고가 43% 감소했다.

 

다만 이 시스템은 포틀랜드나 앨버커키처럼 운전자 속도를 감지해 미리 녹색 신호를 주는 방식은 아니고, 차량이 접근할 때까지 신호를 적색으로 유지하는 전통적인 방식이었다.

 

# 아직 한계도 있어

 

오리건주립대 연구진은 포틀랜드 시스템의 효과를 평가 중이며, 과속 감소가 적색 신호 위반 증가 등 다른 부작용으로 이어지는지까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결과만 보면 벌금과 처벌 대신 “속도를 지키면 신호에 덜 걸린다”라는 직접적인 혜택을 주는 방식이 운전자 행동을 바꾸는 데 상당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과속 단속 카메라 확대를 둘러싼 반발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운전자에게 불이익보다 보상을 제공하는 교통 정책이라는 점에서 다른 도시들의 관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더드라이브 / 조윤주 기자 auto@thedr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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