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85만 대 고아차 위기…“고장 나도 수리할 곳이 없다”

조채완 기자

auto@thedrive.co.kr | 2026-10-28 17:21:45

▲ 헝츠

 

중국에서 자동차는 멀쩡하게 굴러가는데 정작 차를 만든 회사가 사라지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전기차 제조사들이 파산하거나 사업을 중단하면서 약 85만 대의 차량이 부품 공급과 수리, 소프트웨어 지원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

 

중국 관영 인민일보는 지난 24일 제조사 파산과 서비스 중단으로 사후관리 공백에 놓인 신에너지차가 수십만 대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현지에서는 이런 차량을 '고아차(孤儿车)'라고 부른다.

 

중국 펑파이신문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파산·청산 절차에 들어가거나 사실상 운영을 중단한 신에너지차 업체는 23곳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누적 판매한 차량은 약 85만 대에 이른다.

 

여기에는 웨이마(WM Motor), 나타(Neta), 가오허(HiPhi), 아이웨이스(Aiways), 헝츠(Hengchi) 등이 포함됐다. 다만 23개 업체 모두 법적 파산이 확정된 것은 아니며, 일부는 기업회생이나 사업 중단 상태다.

 

▲ 웨이마(WM Motor)

 

특히 나타자동차는 2022년 약 15만 2000대를 판매하며 중국 신생 전기차 업체 판매 1위에 올랐던 브랜드다. 한때 시장을 주도했던 기업마저 사후관리 문제에 직면한 것이다.

 

# 고장 나도 수리 못 한다…차주들 발 동동

 

문제는 제조사가 사라져도 이미 판매한 차량은 계속 도로를 달린다는 점이다. 평소에는 운행에 문제가 없더라도 사고나 배터리 고장이 발생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웨이마와 나타, 가오허 등의 차주들은 교체 부품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는 폐차에서 떼어낸 중고 부품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전기차는 배터리와 전자제어 장치가 복잡하게 연결돼 있어 제조사 전용 진단 프로그램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제조사의 기술 지원이 끊기면 일반 정비업체에서도 수리가 쉽지 않다.

 

▲ 가오허(HiPhi)

 

웨이마 차량 소유자 중에는 배터리 고장으로 수리에 어려움을 겪거나 중고 배터리 교체에 차량 가격의 약 3분의 1에 달하는 비용을 요구받은 사례도 보도됐다.

 

제조사 서버가 중단되면 스마트폰 원격 제어와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등 일부 기능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중고차 가격에도 충격이 나타났다. 펑파이신문은 신차 가격이 68만 위안(약 1억 4000만원)이었던 가오허 HiPhi X의 중고 매물이 약 2년 만에 15만~20만 위안(약 3100만~4100만원) 수준으로 떨어진 사례를 소개했다.

 

# 10년간 부품 공급 의무에도 현실은 막막

 

중국 자동차판매관리방법 제21조는 차량 생산이나 판매를 중단하더라도 최소 10년간 부품 공급과 사후 서비스를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나타(Neta)

 

그러나 제조사가 파산하면 부품 생산과 물류, 정비 시스템 운영이 함께 중단될 수 있어 규정만으로 소비자를 보호하기 어렵다. 중국 당국도 자동차 제조사의 사후서비스 역량과 부품 공급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급성장한 중국 전기차 산업의 이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저렴한 가격과 첨단 기능도 중요하지만, 자동차는 구매 이후 10년 이상 관리해야 하는 내구재라는 점에서 제조사의 지속 가능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국내 소비자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산 전기차 판매가 확대되는 만큼 차량 가격과 주행거리뿐 아니라 서비스센터 운영 능력, 핵심 부품 공급 체계, 소프트웨어 지원 여부까지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기차의 진짜 경쟁력은 판매 순간이 아니라, 제조사가 어려워진 뒤에도 소비자가 안심하고 운행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더드라이브 / 조채완 기자 auto@thedr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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