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두 번에도 500억 원…핑크 플로이드 드러머의 맥라렌 F1 GTR
조창현 기자
changhyen.cho@thedrive.co.kr | 2026-08-04 16:55:44
두 차례 사고를 겪은 30년 된 자동차에 500억 원이 넘는 가치가 매겨졌다. 주인공은 핑크 플로이드의 드러머이자 세계적인 자동차 수집가 닉 메이슨이 25년간 보유했던 1996년형 맥라렌 F1 GTR이다. 단순히 희귀한 레이스카를 넘어 맥라렌의 역사와 영국 대중문화까지 담은 차량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RM 소더비는 이달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리는 몬터레이 경매에 맥라렌 F1 GTR 섀시 ‘10R’을 출품한다. 예상 가치는 3500만 달러 이상으로, 현재 환율을 적용하면 약 503억 원에 달한다.
낙찰가가 예상치를 넘으면 공개 경매에서 거래된 맥라렌 F1 가운데 최고가 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크다.
# 단 한 대뿐인 ‘팝아트 F1’
이 차량은 붉은색 차체에 노란색 ‘96 GTR’ 그래픽을 적용해 ‘팝아트 F1’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맥라렌 공장이 직접 디자인한 이 도색을 갖춘 F1 GTR은 전 세계에서 단 한 대뿐이다.
섀시 10R은 1996년형 F1 GTR 가운데 가장 먼저 제작된 차량이다. 1995년 르망 24시에서 종합 우승한 섀시 01R과 함께 단 두 대뿐인 숏테일 공장 개발용 프로토타입이기도 하다.
1996년 르망 24시 사전 테스트와 예선에는 참가했지만, 본경기에 출전하지는 않았다. 이후 맥라렌이 도로 주행이 가능하도록 개조했고, 1999년 닉 메이슨에게 직접 판매했다.
차체 중앙에는 BMW가 개발한 6.1리터 V12 자연흡기 엔진이 탑재됐다. 경주 규정에 맞춰 최고출력은 약 600마력으로 제한됐지만, 탄소섬유 모노코크와 1톤을 조금 넘는 가벼운 차체를 결합해 당시 최고 수준의 성능을 발휘했다.
# 사고 두 번 겪었지만 완벽하게 복원
화려한 이력만큼 사고도 있었다. 2009년에는 자동차 전문 기자가 주행 중 차량을 밀밭으로 이탈시키는 사고를 냈다. 이후 맥라렌 F1 전문가인 란잔테가 비용을 아끼지 않고 차량을 복원했다.
2017년에는 닉 메이슨이 굿우드 멤버스 미팅 시범 주행 중 차량 제어를 잃고 타이어 방호벽과 충돌했다. 차량은 다시 란잔테로 보내져 두 번째 복원을 거쳤다.
사고 이력 자체가 차량 가치를 높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두 차례 모두 전문 업체가 수리·복원했고 관련 기록이 명확하게 남아 있다는 점이 신뢰도를 뒷받침한다. 메이슨 역시 주요 주행을 마칠 때마다 차량을 란잔테에 보내 점검하는 등 비용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닉 메이슨이 25년간 보유
닉 메이슨은 단순히 값비싼 자동차를 모으는 수집가가 아니다. 페라리 250 GTO와 마세라티 250F, 부가티 타입 35, 재규어 D-타입, 포르쉐 962 등을 소유하고 직접 클래식 레이스에 참가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섀시 10R을 1999년부터 약 25년간 보유했다. 다만 현재 소유자는 닉 메이슨이 아니다. RM 소더비에 따르면 차량은 2024년 봄 개인 거래를 통해 새로운 소유자에게 넘어갔으며, 이번 경매에는 현 소유자가 출품했다.
이 차량은 1996년형 F1 GTR의 첫 번째 개발차이자 유일한 공장 팝아트 도색 차량이다. 여기에 맥라렌이 직접 진행한 도로 주행 개조와 닉 메이슨의 장기 소유 이력까지 더해졌다.
이번 판매는 개인 거래가 아닌 RM 소더비 몬터레이 공개 경매로 진행된다. 3500만 달러는 판매 가격이 아니라 경매사가 제시한 예상 가치다. 실제 낙찰가는 경매 결과에 따라 더 높아지거나 낮아질 수 있다.
더드라이브 / 조창현 기자 changhyen.cho@thedr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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