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만 세웠을 뿐인데” 자동차가 산불의 원인이 되는 이유
조윤주 기자
auto@thedrive.co.kr | 2026-06-03 16:51:26
최근 전 세계적으로 산불이 잦아지면서 기후 변화와 고온, 가뭄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의외로 자동차 역시 산불을 일으키는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다. 차량에서 발생하는 작은 불꽃이나 고온 부품이 마른 풀, 낙엽, 덤불과 접촉할 경우 순식간에 화재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산림청(US Forest Service)은 최근 자동차와 산불, 그리고 인간 건강 사이의 연관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산불은 대기질을 악화시키고, 특히 호흡기 질환이나 심혈관 질환을 가진 사람들에게 심각한 위험을 줄 수 있다.
문제는 산불이 단순한 자연재해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뭄과 고온은 산불 발생 가능성을 높이고, 산불은 다시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기후 변화를 악화시킨다. 기후 변화가 산불을 키우고, 산불이 다시 기후 변화를 부추기는 악순환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2023년 캐나다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단 5개월 만에 러시아나 일본의 2022년 연간 탄소 배출량을 웃도는 양의 탄소를 배출했다. 또한 2026년 5월 말 기준 미국 전역에서는 약 3만 건에 가까운 산불이 보고됐다.
차량으로 인한 산불은 대부분 작은 불꽃에서 시작된다. 견인 체인이나 차량 하부에 늘어진 금속 부품이 도로에 끌리며 스파크를 만들고, 이 불꽃이 마른 풀에 옮겨붙을 수 있다. 인류가 오래전부터 작은 불꽃 하나로 불을 피워왔다는 점을 떠올리면, 이런 위험은 결코 과장된 이야기가 아니다.
펑크 난 타이어를 계속 사용해 휠 림이 노면과 직접 마찰하는 경우에도 불꽃이 발생할 수 있다. 브레이크 패드가 심하게 마모됐을 때도 마찬가지다. 금속과 금속이 직접 맞닿으면 고온과 스파크가 생길 수 있고, 건조한 환경에서는 이 작은 불씨가 산불로 이어질 수 있다.
일부 품질이 낮은 애프터마켓 브레이크 패드도 주의가 필요하다. 순정 부품 수준의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제품은 마모나 열 관리 측면에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브레이크는 단순히 제동 성능뿐 아니라 화재 예방 측면에서도 중요한 부품이다.
이 같은 위험은 기본적인 차량 관리만으로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견인 체인은 지면에 끌리지 않도록 적절한 길이로 고정해야 한다. 타이어 공기압은 제조사가 권장하는 수준으로 유지하고, 펑크나 심한 마모가 있을 경우 즉시 점검해야 한다. 브레이크 패드 역시 교체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차량은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ATV, 모터크로스 바이크, 듄 버기처럼 오프로드 주행을 하는 차량에는 스파크 억제기(Spark Arrestor)를 장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 장치는 일반적으로 배기구 끝부분에 장착되며, 배기 과정에서 나오는 뜨거운 불꽃이나 입자가 밖으로 튀어나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미국에서는 주마다 관련 규정이 다르지만, 많은 공원과 오프로드 코스에서 스파크 억제기 장착을 의무화하고 있다. 건조한 산림이나 초지에서는 오프로드 차량 한 대가 대형 산불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차량에서 스파크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산불 위험은 남아 있다. 대표적인 부품이 촉매변환기다. 촉매변환기는 배출가스를 정화하는 장치로, 정상 주행 중에도 섭씨 538도에 달할 정도로 뜨거워질 수 있다.
따라서 마른 풀이나 낙엽, 덤불이 많은 곳에는 차량을 세우지 않는 것이 좋다. 차량 하부의 뜨거운 부품이 식물과 접촉하면 불이 붙을 수 있다. 특히 캠핑장, 산길, 농로, 비포장 주차 공간처럼 건조한 식생이 많은 장소에서는 주차 위치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결론은 타이어와 브레이크 상태를 점검하고, 견인 장비를 올바르게 고정하며, 건조한 풀밭 위에 주차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차량으로 인한 산불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더드라이브 / 조윤주 기자 auto@thedr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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