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집에 하루라도 살고 싶다” 호수 위에 뜬 7.5평 하우스보트 ‘루치아’
조윤주 기자
auto@thedrive.co.kr | 2026-06-25 16:20:48
이탈리아 코모호 위에 조용히 떠 있는 작은 집 한 채. 멀리서 보면 조개껍데기처럼 보이고, 가까이서 보면 오래된 목선과 현대식 주택을 결합한 듯한 독특한 형태다. 최근 이탈리아 디자인 그룹 ‘Uau 스튜디오’가 공개한 하우스보트 ‘루치아(Lucia)’는 단순한 수상 주택을 넘어, 자연 속에서 머물고 이동하는 방식을 새롭게 제안하는 프로젝트다.
루치아는 이탈리아 코모에 기반을 둔 Uau 스튜디오가 설계한 수상 주택이다. 코모는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오래된 건축 유산, 풍부한 역사로 잘 알려진 도시다. 특히 코모호는 수많은 예술 작품과 영화, 드라마의 배경으로 등장해 전 세계 여행객들에게 사랑받는 지역이기도 하다.
Uau 스튜디오는 유럽 전역에서 다양한 디자인상을 받은 디자인 그룹이다. 구조물과 설치 작품을 통해 기네스 세계기록을 세운 경험도 있다. 이번에 공개한 루치아 역시 이들의 실험적인 감각과 공간 설계 능력이 담긴 결과물이다.
루치아의 핵심은 코모호의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디자인이다. 공개된 이미지 속 루치아는 호수 위를 떠다니는 조개껍데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디자인의 출발점은 조개가 아니다. 이탈리아 작가 알레산드로 만초니의 소설 ‘약혼자들(The Betrothed)’에 등장하는 15세기 어선에서 영감을 받았다.
구조는 작은 정육면체 형태의 주거 공간 위에 배를 뒤집어 덮어놓은 듯한 모습이다. 곡선형 지붕은 고전적인 배의 형태를 떠올리게 하면서도, 전체적으로는 미래적인 분위기를 낸다. 마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스케치 속 기계 장치가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듯한 인상도 준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열고 닫을 수 있는 지붕이다. 루치아를 덮고 있는 패브릭 캐노피는 필요에 따라 형태를 바꿀 수 있다. 완전히 닫으면 지붕이 실내 측면까지 감싸면서 외부 시선을 차단한다. 조용히 휴식을 취하거나 프라이버시가 필요한 순간에 적합한 형태다.
반대로 버튼 하나만 누르면 전동 장치가 작동해 지붕 측면이 위로 접힌다. 일부만 열면 호수 풍경을 바라볼 수 있고, 더 크게 열면 하늘까지 시원하게 드러난다. 코모호 위에서 아침 햇살을 받으며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열린 지붕 사이로 신선한 공기가 들어오는 장면을 상상하게 만드는 구성이다.
친환경 설계도 루치아의 중요한 특징이다. Uau 스튜디오는 이 하우스보트가 주변 자연과 조화를 이루도록 현지에서 회수한 목재와 지역에서 조달한 자재를 적극 활용했다. 실내에는 재활용 목재와 자작나무 합판 등이 사용돼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낸다. 햇빛이 실내로 들어오면 원목 질감이 더욱 살아나, 작은 오두막 같은 감성을 느낄 수 있다.
Uau 스튜디오는 이러한 설계 철학을 ‘조화로운 통합’이라고 설명한다. 루치아는 자연을 배경으로 돋보이는 구조물이 아니라, 자연 속에 조용히 스며드는 공간을 목표로 한다.
실내 면적은 총 25㎡(약 7.5평)이다. 크기는 아담하지만 구성은 알차다. 앞쪽에는 침실을 배치하고, 그 뒤로 식사 공간이 이어진다. 욕실과 주방도 갖췄으며, 외부에는 야외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된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초소형 주택, 이른바 타이니 하우스를 물 위로 옮겨놓은 듯한 구성이다.
루치아는 단순히 정박해 머무는 집이 아니다. 전기모터와 배터리로 움직이는 이동식 하우스보트다. 내연기관 소음과 배출가스 없이 조용히 호수 위를 이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코모호의 우아한 풍경과도 잘 어울린다. 자연 속 휴식을 강조하는 수상 주택인 만큼, 조용하고 깨끗한 이동 방식은 중요한 장점이다.
Uau 스튜디오는 루치아 한 척에 그치지 않고, 이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수변 커뮤니티도 함께 구상했다. 디자인 콘셉트에는 현대적인 부두 시설이 포함된다. 태양광 발전과 자체 충전 시스템을 통해 에너지 자립을 추구하고, 상업시설과 수상 스포츠 공간도 함께 계획됐다.
특히 과일나무와 식용 식물을 활용한 ‘에디블 랜드스케이프’도 눈길을 끈다. 단순히 보기 좋은 조경이 아니라, 실제로 먹을 수 있는 식물을 심어 생활과 자연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는 젊은 세대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이용자, 투자자를 겨냥한 요소로 볼 수 있다.
루치아는 집과 배, 별장과 이동 수단의 경계를 허무는 프로젝트다. 크기는 작지만, 자연을 가까이 느끼고 조용한 시간을 보내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주말 동안 머물 수 있는 특별한 숙소로도, 언젠가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수상 주택으로도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루치아는 화려한 기술보다 감성적인 경험에 초점을 맞춘다. 호수 위에서 지붕을 열고 아침 공기를 마시는 일, 조용한 전기모터로 물길을 따라 이동하는 일, 나무로 둘러싸인 작은 공간에서 하루를 보내는 일. 그것만으로도 이 하우스보트가 왜 특별한지 충분히 설명된다.
더드라이브 / 조윤주 기자 auto@thedrive.co.kr
[ⓒ 더드라이브(TheDrive).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