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74% “신차 감당 어렵다”, 한국 시장은 어떨까?
조윤주 기자
auto@thedrive.co.kr | 2026-03-03 16:13:20
자동차가 점점 사치품이 되고 있다.
최근 ABC뉴스·워싱턴포스트·입소스의 합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74%가 신차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는 현재 생활 수준을 유지할 만큼 벌지 못한다고 답했다.
신차는 이번 조사 항목 가운데 가장 부담스러운 지출로 꼽혔다. 의료비, 식료품, 주거비보다도 높았다. 특히 연 소득 10만 달러(약 1억 4,500만 원) 이상 고소득층에서도 64%가 신차 구입에 부담을 느낀다는 점은 상징적이다.
이런 배경에는 가격 상승이 있다. 미국 신차 평균 거래 가격은 지난해 처음으로 5만 달러(약 7,200만 원)를 넘어섰다. 개인 중위소득에 근접한 수준이다.
# 그렇다면 국내 상황은 어떨까?
우리나라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국내 신차 평균 가격은 약 5000만 원 수준까지 올라왔다. SUV·전동화 모델 중심의 판매 구조 변화가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문제는 소득 대비 체감 부담이다. 인기 차종 가격은 글로벌 시장과 큰 차이가 없지만, 개인 소득 수준은 미국보다 낮다. 그 결과 젊은 층의 신차 구매 비중은 최근 10년 내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고금리까지 겹쳤다. 장기 할부와 리스가 보편화된 시장에서 금융 비용 증가는 곧 실질 구매력 하락으로 이어진다.
# 공통된 구조적 문제
미국이든 한국이든 공통점은 분명하다.
우선, 신차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고, 소득 증가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소비자는 점점 더 오래 차를 타거나 중고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자동차는 여전히 필수재이지만, 신차는 소비자에게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조사는 단순한 소비 심리 악화가 아니라, 자동차 가격 구조와 소득 구조 사이의 간극이 얼마나 벌어졌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볼 수 있다.
# 왜 이렇게 비싸졌나
신차가 부담스러워진 건 단순한 체감이 아니다. 가격 상승에는 분명한 구조적 이유가 있다.
먼저, 시장이 SUV·고급화 중심으로 재편된 것이 크게 작용했다. 세단과 소형차 비중은 줄고, SUV와 고급 트림 판매가 늘었다. 완성차 업체는 마진이 높은 차종 위주로 라인업을 구성하는 것이 수익성에 유리하다.
소비자는 “차가 비싸졌다”고 느끼지만, 제조사는 “비싼 차가 많이 팔렸다”라고 설명한다. 평균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둘째는 안전·편의 사양의 ‘기본화’다. 과거 옵션이던 사양이 이제는 기본이 된 것이다. 대표적으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대형 디스플레이, 반자율 주행 기능, 각종 충돌 방지 장치 등이 대표적이다. 기능은 좋아졌지만, 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했다.
셋째는 하이브리드·전기차 비중 확대도 가격 상승의 핵심 변수다. 배터리와 전동화 시스템은 여전히 고가 부품이다. 보조금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소비자가 체감하는 실구매가는 오히려 더 높아질 수 있다.
넷째는 코로나19 팬데믹과 반도체 수급난은 자동차 가격을 급등시켰다. 문제는 공급이 정상화된 이후에도 가격이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제조사는 할인 대신 수익성 유지 전략을 택했고, 한 번 올라간 가격 구조는 그대로 굳어졌다.
결국, 신차가 비싸진 이유는 단순히 “제조사의 욕심”이라기보다는 시장 구조의 변화, 규제 강화, 전동화 전환, 공급망 충격, 금융 환경 변화 등이 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문제는 소득 증가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자동차 가격 상승은 글로벌 흐름이지만, 임금 상승은 그렇지 않다.
이에 따라 차량 교체 주기 장기화, 중고차 시장 확대, 장기 렌트·구독 서비스 증가, 엔트리 모델 단종 가속화 등이 발생하고 있다.
더드라이브 / 조윤주 기자 auto@thedr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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