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EV·EREV·하이브리드 넘나드는 신개념 구동계 준비 중

조윤주 기자

auto@thedrive.co.kr | 2026-06-22 16:04:42

 

포르쉐가 전동화 차량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파워트레인 기술을 연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공개된 특허 문서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하나의 구동계로 순수 전기차(BEV),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전통적인 하이브리드 차량의 역할을 모두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는 배출가스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소비자들의 선호가 여전히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사이에서 나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포르쉐는 한 가지 방식에 집중하기보다, 다양한 주행 환경과 고객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파워트레인 해법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이번 특허의 핵심은 독특한 구조의 내연기관이다. 엔진은 서로 다른 역할을 맡는 두 개의 실린더 뱅크로 구성된다. 여기에 전기모터와 배터리 팩이 결합되며, 주행 상황에 따라 여러 모드로 전환된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두 실린더 뱅크의 역할이 다르다는 점이다. 한쪽 뱅크는 고성능 주행에 초점을 맞춘다. 일반적인 포르쉐 엔진처럼 작동하며, 가변 밸브 타이밍과 가변 압축비 같은 기술을 활용해 출력과 응답성을 끌어올리는 구조다.

 

반면 다른 한쪽 뱅크는 효율성에 특화된다. 특허 문서에 따르면 세라믹 베어링, 줄어든 피스톤 링 수 등 마찰을 줄이는 부품을 사용해 발전기 역할을 할 때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됐다.

 

이 시스템은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작동한다. 먼저 EV 모드에서는 배터리와 전기모터만 사용한다. 내연기관은 완전히 정지한 상태이며, 차량은 일반 전기차처럼 조용하고 배출가스 없이 주행한다. 일상적인 출퇴근이나 단거리 이동에서는 순수 전기차에 가까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배터리 잔량이 줄어들면 EREV 모드로 전환된다. 이때는 효율성 중심으로 설계된 실린더 뱅크만 작동한다. 엔진은 바퀴를 직접 굴리지 않고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하며, 생성된 전력은 배터리 충전에 사용된다. 최근 주목받는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와 같은 방식이다.

 

최대 성능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하이브리드 모드가 활성화된다. 이때는 두 실린더 뱅크가 모두 작동하며, 엔진이 직접 바퀴를 구동하고 전기모터도 힘을 보탠다. 내연기관과 전기모터의 장점을 동시에 활용하는 셈이다.

 

이 콘셉트의 가장 큰 장점은 유연성이다. 도심에서는 전기차처럼 조용하게 달리고, 장거리 주행에서는 EREV 기능으로 충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여기에 고성능 주행이 필요할 때는 하이브리드 모드를 통해 포르쉐다운 주행 감각을 제공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전기차, EREV, 하이브리드의 장점을 하나의 차량에 담는 구조다.

 

 

다만 실제 양산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도 많다. 대용량 배터리와 전기모터, 전력 제어장치, 복잡한 내연기관을 모두 탑재해야 하는 만큼 차량 중량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무게는 핸들링과 주행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포르쉐 입장에서는 민감한 문제다.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두 실린더 뱅크를 하나의 엔진에 통합해야 한다는 점도 개발 난이도와 생산 비용을 높이는 요소다.

 

물론 모든 특허가 실제 양산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완성차 업체들은 미래 기술을 보호하거나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 수많은 특허를 출원한다. 그럼에도 이번 특허는 포르쉐가 단순히 전기차 전환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내연기관과 전동화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해법을 계속 탐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포르쉐는 911, 카이엔, 파나메라 하이브리드 모델을 판매하고 있으며, 순수 전기차로는 타이칸과 전기 마칸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특허가 현실화된다면 하나의 차량이 전기차와 EREV, 하이브리드 역할을 모두 수행하는 독특한 파워트레인이 탄생할 수도 있다. 다만 늘어난 복잡성과 비용을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더드라이브 / 조윤주 기자 auto@thedr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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