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엔진 없이 바다를 달린다”…세계 최초 100피트 하이퍼세일 디테일 공개
조윤주 기자
auto@thedrive.co.kr | 2026-07-09 16:02:55
약 1년 전,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는 누구도 쉽게 예상하지 못했던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해양 스포츠 중 하나인 오션 레이싱에 도전하기 위해 길이 100피트, 약 30m에 달하는 모노헐 요트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 프로젝트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페라리가 만든 요트’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페라리는 이 요트를 세계 최초의 완전 에너지 자급형 100피트급 레이싱 요트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그리고 최근, 그 핵심 기술의 일부가 공개됐다.
페라리가 2025년 여름 처음 공개한 이 콘셉트 요트의 이름은 ‘하이퍼세일(Hypersail)’이다. 당시 페라리는 이 요트에 내연기관을 전혀 탑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신 항해 중 발생하는 에너지와 태양광, 풍력, 운동에너지 등 재생에너지만으로 선내 전력을 충당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태양광과 풍력은 비교적 익숙한 개념이다. 하지만 당시 가장 궁금증을 자아낸 부분은 ‘운동에너지’였다. 항해 중 어떤 움직임을 전기로 바꾼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설명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답은 최근 페라리가 요트의 핵심 설계 요소인 에너지 관리 시스템(Energy Management System)을 공개하면서 드러났다.
이 시스템은 페라리의 본거지인 이탈리아 마라넬로에서 개발됐다. 핵심은 요트 위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움직임을 전력 생산에 활용하는 것이다. 갑판 위에서 승무원들이 돛을 조작하는 동작은 물론, 선체 아래에서 각종 장치가 움직이는 과정까지 전기 생산과 에너지 제어에 활용된다.
이를 위해 페라리는 전자식 윈치 시스템인 ‘윈치 바이 와이어(Winch by Wire)’, 능동형 플라이트 컨트롤 시스템(Active Flight Control), 고전압 배터리를 하나로 통합했다. 이 기술들이 결합하면서 하이퍼세일은 세계 최초로 킬(Keel)에 포일(Foil)을 장착한 100피트급 모노헐 요트가 된다.
오션 레이싱에서 갑판 위 승무원들은 끊임없이 돛을 조작하고 장비를 움직인다. 페라리의 전자식 윈치 시스템은 이 과정에서 승무원의 근력으로 발생하는 에너지를 기존처럼 단순히 기계식 변속장치나 유압 시스템을 직접 구동하는 데 쓰지 않는다. 대신 이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해 저장하거나 즉시 사용한다.
생성된 전력은 요트의 여러 기능에 실시간으로 분배된다. 돛을 조작하거나 갑판 위 각종 장치를 움직이는 유압 펌프를 구동하는 데 활용되는 방식이다.
윈치를 돌리는 ‘그라인더(grinder)’ 역할을 맡은 승무원에게도 장점이 있다. 기존 시스템에서는 피로가 누적될수록 크랭크 회전 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반면 전자식 윈치 시스템은 일정한 회전 속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페라리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승무원 한 명이 최대 9톤의 하중을 제어할 수 있게 해준다. 이는 기존 기계식 또는 유압식 시스템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일부 부품에는 실제 페라리 차량 기술도 적용됐다. 전기를 생산하는 페달 장치에는 페라리 푸로산게와 F80의 액티브 서스펜션 시스템에 사용되는 전기모터 기술이 활용됐다.
갑판 아래에서는 능동형 플라이트 컨트롤 시스템이 유압 흐름을 관리한다. 이 시스템은 크게 저속 동작과 고속 동작, 두 가지 모드로 작동한다.
저속 동작에서는 포일 암(Foil Arm)과 캔팅 킬(Canting Keel)의 움직임을 조정한다. 이 과정에는 800V 후륜 e-액슬 기술이 사용된다. 반면 조종면(Control Surface)을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고속 동작에서는 48V 전기모터가 구동하는 소형 유압 펌프 두 개가 작동한다.
태양광 발전을 위해서는 갑판과 선체 측면에 사람이 직접 걸어 다닐 수 있는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다. 면적은 약 30평 규모다. 다만 페라리는 이 태양광 패널의 구체적인 발전 성능은 공개하지 않았다.
풍력 발전은 선미에 장착되는 탈착식 풍력 터빈이 담당한다. 이 역시 구체적인 발전량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생산된 전력은 버려지지 않는다. 요트는 두 개의 800V 배터리를 탑재해 남는 전력을 저장한다. 저장된 에너지는 포일, 킬, 러더 제어 시스템은 물론 선내 컴퓨터와 각종 계측 장비의 전원 공급에도 사용된다.
하이퍼세일이 ‘킬에 포일을 장착한 세계 최초의 100피트 모노헐 요트’로 불리는 이유는 항행 방식과도 관련이 있다. 이 요트는 세 개의 지점을 활용해 선체를 안정적으로 띄운다. 포일을 지지하는 캔팅 킬, 러더에 장착된 포일, 그리고 좌우 양측 포일이 그 역할을 맡는다.
페라리는 지난해 하이퍼세일의 해상 시험을 올해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현재까지 실제 시험이 진행됐다는 공식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이번 프로젝트는 프랑스 해군 건축가 기욤 베르디에(Guillaume Verdier)와 페라리 팀 프린시펄 조반니 솔디니(Giovanni Soldini)가 공동으로 설계를 맡고 있다. 자동차에서 쌓은 전동화·제어 기술을 바다 위 레이싱 요트에 이식하려는 페라리의 도전이 실제 해상에서 어떤 성과를 낼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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