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초 만에 시속 100km…세계에서 가장 빠른 전투기급 오토바이

조윤주 기자

auto@thedrive.co.kr | 2026-06-26 15:57:29

▲ 영국 엔지니어 그레이엄 사익스가 만든 ‘포스 오브 네이처’ 오토바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0.4초. 웬만한 슈퍼카는 명함조차 내밀기 힘들다. 더 놀라운 점은 이 괴물 같은 오토바이가 가솔린도, 전기도 아닌 증기로 달린다는 사실이다.

 

영국 엔지니어 그레이엄 사익스가 만든 ‘포스 오브 네이처’는 단 몇 초 동안 폭발적인 추진력을 쏟아내며, 라이더에게 전투기 조종사급 가속 충격을 안기고 있다.

 

 

그레이엄 사익스(Graham Sykes)의 모터사이클은 정지 상태에서 400m를 단 5.5초 만에 주파한다. 증기 동력으로 움직이는 이 모터사이클은 단 2.9초 동안 모든 출력을 쏟아내며, 가속 시 최대 6.8G에 달하는 중력을 발생시킨다. 이는 전투기 조종사가 경험하는 수준에 가까운 수치다.

 

모터사이클에서 고속 주행은 자동차와 전혀 다른 위험을 동반한다. 자동차는 차체와 에어백이 탑승자를 보호하지만, 두 바퀴 위의 라이더는 고속에서 문제가 생기는 순간 그대로 노면에 노출된다. 하지만 이런 위험도 사익스의 도전을 막지는 못했다.

 

 

영국 노스요크셔 출신의 62세 정밀기계 엔지니어 사익스는 ‘포스 오브 네이처(Force of Nature)’라는 이름의 초고속 모터사이클을 직접 제작했다. 그는 이 차량의 제작자이자 소유주, 그리고 직접 핸들을 잡는 라이더이기도 하다.

 

이 모터사이클은 일반적인 내연기관이나 전기모터가 아닌 증기 추진 방식으로 움직인다. 최근 영국 산타 포드 레이스웨이(Santa Pod Raceway)에서 실제 주행 모습이 공개되며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다.

 

 

출발 순간의 가속력은 압도적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0.4초에 불과하다. 이번 주행에서는 400m를 단 5.5초 만에 통과했으며, 결승선 통과 속도는 시속 310km에 달했다.

 

현재 400m 기록에서 이보다 빠른 모터사이클은 프랑스 라이더 에릭 테불(Eric Teboul)이 탄 로켓 추진 모터사이클뿐이다. 테불은 2022년 9월 과산화수소 로켓 추진 모터사이클로 400m를 4.976초 만에 주파했고, 통과 속도는 시속 467.5km를 기록했다.

 

 

하지만 포스 오브 네이처 역시 더 짧은 거리에서는 강력한 기록을 갖고 있다. 200m를 3.17초 만에 통과했으며, 당시 속도는 시속 326.7km였다. 300m 구간은 4.53초 만에 시속 310.6km로 주파했다.

 

사익스는 2022년부터 증기 추진 모터사이클 개발을 시작했다. 현재 차량은 다섯 번째 버전까지 발전했으며, 개발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는 400m 기록을 추가로 0.6초 줄여 5초 이하 기록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산타 포드 레이스웨이에서 진행된 또 다른 주행에서는 개인 최고 기록을 5.44초까지 앞당겼다.

 

 

작동 방식은 상당히 복잡하다. 등유 또는 식물성 기름을 사용하는 소형 버너가 열을 발생시키고, 이 열은 매니폴드를 거쳐 6개의 버너 튜브로 전달된다. 이후 생성된 열은 120리터 용량의 압력 용기로 이동한다. 이 용기 안에는 탈이온수와 탈염수가 저장돼 있다.

 

압력 용기 내부 온도는 최대 섭씨 250도까지 올라가며, 압력은 580psi, 약 40bar에 이른다. 이렇게 만들어진 증기 에너지가 약 2.9초 동안 폭발적인 추진력을 만들어낸다. 현재 개발팀은 유체 흐름을 방해하는 난류와 공동현상, 즉 캐비테이션을 줄여 추진 시간을 3초 이상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익스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모터사이클이 가속 시 최대 6.8G를 발생시킨다고 밝혔다.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체중 85kg의 라이더라면 순간적으로 약 578kg에 해당하는 하중을 견뎌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때문에 출발 순간의 동작도 일반적인 모터사이클과 다르다. 사익스는 출발 버튼을 놓는 순간 핸들바를 강하게 붙잡고, 즉시 발을 올려 극한의 가속을 견뎌낸다. 단 몇 초의 주행을 위해 정밀한 기계 기술과 인간의 한계에 가까운 집중력이 동시에 요구되는 셈이다.

 

포스 오브 네이처는 단순히 빠른 오토바이가 아니다. 증기기관이라는 오래된 기술을 극한의 드래그 레이스 머신으로 끌어올린 실험적인 결과물이다. 전기차와 고성능 내연기관이 속도 경쟁을 벌이는 시대에, 증기로 시속 300km를 넘기는 이 모터사이클은 그 자체로 가장 기이하고도 강렬한 기록 제조기라 할 만하다.

 

더드라이브 / 조윤주 기자 auto@thedr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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