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막았더니 PHEV로 공격…유럽, 3대 중 1대는 중국차
조윤주 기자
auto@thedrive.co.kr | 2026-07-24 15:45:01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높은 관세 장벽을 세웠지만,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곧바로 새로운 우회로를 찾아냈다. 관세 대상에서 제외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판매를 공격적으로 확대하면서 지난 6월 유럽에서 판매된 PHEV 3대 중 1대 이상을 중국 브랜드가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데이터포스(Dataforce)에 따르면 지난 6월 중국 자동차 브랜드는 유럽 PHEV 판매량의 34%를 차지했다. 유럽에서 판매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3대 가운데 1대꼴로 중국 브랜드였다는 의미다. BYD와 체리, 지리 등이 시장 확대를 주도했다.
중국 업체들이 PHEV에 집중한 배경에는 EU의 전기차 관세가 있다. EU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으로 가격 경쟁력이 왜곡됐다고 판단해 2024년 10월부터 중국에서 생산된 배터리 전기차(BEV)에 추가 상계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추가 관세는 순수 전기차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PHEV는 상대적으로 규제 부담이 작다.
중국 업체들은 이 틈을 파고들었다. 전기차 중심의 수출 전략에서 벗어나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함께 사용하는 PHEV 라인업을 늘리면서 관세 부담을 낮추고, 충전 인프라와 주행거리를 걱정하는 유럽 소비자까지 끌어들였다.
그 결과 중국 브랜드는 지난 6월 유럽 전체 신차 판매의 11%를 차지했다. 순수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15%였지만, 지난 18개월 동안 대체로 10~15%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PHEV 시장에서는 점유율이 34%까지 치솟으며 훨씬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일반 하이브리드와 PHEV를 합친 전체 하이브리드 시장에서도 중국 브랜드의 비중은 약 25%에 달했다.
다만 이 통계는 차량의 실제 생산국이 아니라 브랜드를 기준으로 집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모든 차량이 중국 공장에서 생산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중국 업체들이 유럽 현지 생산을 확대하면 중국 브랜드의 판매량은 늘어나더라도 중국산 수입차의 비중은 달라질 수 있다.
EU는 중국 업체들의 PHEV 공세에도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중국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추가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U 회원국 과반이 찬성하면 관세 부과 절차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관세가 도입될 경우 2024년 중국산 전기차에 적용된 방식과 유사하게 제조사별 조사 협조 수준과 보조금 규모 등에 따라 서로 다른 세율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PHEV 관세율과 시행 시점은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
중국 업체들도 추가 규제를 예상하고 유럽 현지 생산을 서두르고 있다. 현지에서 차량을 생산하면 중국산 완성차 수입에 부과되는 추가 관세를 피하면서 물류비까지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BYD는 헝가리 세게드에 유럽 최초의 승용차 공장을 마련하고 시험 생산과 양산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체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옛 닛산 공장을 활용해 현지 생산에 나섰으며, 립모터는 스텔란티스와의 합작을 통해 유럽 내 생산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지리 역시 포드와 손잡고 스페인 발렌시아 공장에서 차량을 생산하는 합작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포드가 합작사 지분 66%, 지리가 34%를 보유하며, 지리의 전기 SUV를 포함한 여러 모델을 현지 생산할 예정이다.
EU의 전기차 관세는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유럽 진출을 완전히 막기보다 전략을 바꾸는 결과를 낳았다. 중국 회사들은 순수 전기차 대신 PHEV 판매를 늘렸고, 이제는 유럽 현지 생산을 통해 새로운 관세 장벽까지 넘으려 하고 있다.
유럽이 PHEV까지 관세 범위를 확대하더라도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곧바로 꺾일지는 불확실하다. 수출 중심에서 현지 생산과 유럽 기업과의 합작으로 전략이 빠르게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자동차 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단순한 가격 싸움을 넘어 관세와 생산 거점, 공급망을 둘러싼 장기전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 더드라이브(TheDrive).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