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자동차야, 나이트클럽이야?” 혼다의 황당한 미래차
조윤주 기자
auto@thedrive.co.kr | 2026-06-25 14:31:40
자동차는 사람을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이동 수단이다. 그런데 혼다는 한때 차 안에서 춤추고, 음악을 틀고, 클럽으로 이동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자동차를 상상했다. 이름부터 범상치 않았다. 일본어로 ‘잠들지 않는 도시’를 뜻하는 후야조(Fuya-Jo). 1999년 도쿄모터쇼에 등장한 이 콘셉트카는 지금 봐도 믿기 어려울 만큼 독특한 ‘파티카’였다.
일본은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현실로 옮겨온 나라로 꼽힌다. 세계 최초의 카메라폰, 전기밥솥, 이모지, CD와 DVD, 블루레이, VHS, 고질라까지 다양한 발명과 문화 콘텐츠를 세상에 선보였다. 자동차 산업에서도 일본 제조사들은 미래지향적인 콘셉트카를 통해 자동차가 어디까지 달라질 수 있는지 보여줬다.
혼다 후야조 역시 그런 시대 분위기 속에서 탄생했다. 1999년 도쿄모터쇼는 20세기 마지막 모터쇼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었고, 당시 행사의 주제는 ‘미래를 향한 시선: 지구를 위한 자동차의 변화’였다. 15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행사장을 찾았고, 많은 제조사들이 새천년을 앞두고 각자의 미래차 비전을 선보였다.
그중에서도 후야조는 단연 튀는 존재였다. 혼다는 이 차를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클럽에서 클럽으로 이동하는 젊은이들을 위한 새로운 놀이 공간으로 구상했다. 말하자면 도로 위의 미니 나이트클럽이었다.
후야조의 실내는 일반적인 자동차와 거리가 멀었다. 가정집 소형 욕실 크기의 작은 공간에 평평한 바닥을 깔고, 탑승자가 서거나 기대거나 앉을 수 있는 독특한 시트를 배치했다. 콘셉트 자체가 네 명의 ‘파티 피플’을 태우고 이동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운전하는 동안에도 음악과 분위기를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됐다.
차체 비율도 독특했다. 실내 높이는 약 198cm로 성인 남성이 서 있을 수 있을 만큼 높았다. 반면 차체 폭은 약 168cm에도 미치지 않았고, 휠베이스는 약 213cm 수준에 불과했다. 높이는 큰데 폭과 길이는 짧은 기묘한 비율 덕분에 후야조는 미래형 이동 수단이자 장난감 같은 분위기를 동시에 풍겼다.
실내 바닥은 스케이트보드 데크처럼 완전히 평평하게 설계됐다. 탑승자가 움직이기 쉽도록 하기 위한 구성이었다. 소재 역시 미끄럼 방지와 방수 기능을 고려했다. 파티 도중 음료를 흘리거나 실내가 더러워져도 물청소가 가능하도록 만든 것이다. 다만 바닥이 차체 아래쪽으로 깊게 내려간 구조였기 때문에 지상고는 매우 낮았다. 실제 도로에서 과속방지턱을 넘기는 쉽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시트 역시 평범하지 않았다. 후야조에는 바 의자처럼 높은 위치에 앉는 독특한 형태의 좌석이 적용됐다. 좌판은 짧고 등받이는 길게 설계돼 탑승자가 완전히 앉기보다는 기대거나 반쯤 선 자세를 취할 수 있었다. 혼다는 이 차를 통해 자동차 안에서도 스케이트보드나 롤러블레이드, 클럽 댄스와 비슷한 감각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시보드는 사실상 DJ 부스에 가까웠다. 턴테이블을 떠올리게 하는 스티어링 휠, 믹서 콘솔 형태의 조작부, 차량 정보를 보여주는 소형 모니터가 배치됐다. 여기에 10개가 넘는 스피커로 구성된 고출력 오디오 시스템까지 더해져 실내는 말 그대로 작은 클럽처럼 꾸며졌다.
후야조가 겨냥한 문화도 분명했다. 당시 혼다는 이 차를 ‘타운 보드 비히클’로 소개했다. 시연 영상에는 스케이트 보더들이 등장했고, 차량 후면 해치 안쪽에는 스케이트보드를 걸어둘 수 있는 전용 거치대까지 마련됐다. 자동차와 클럽 문화, 스케이트보드 문화를 한데 섞은 실험적인 콘셉트였던 셈이다.
물론 후야조는 양산차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낮은 지상고, 독특한 실내 구조, 현실적인 안전 문제 등을 고려하면 실제 판매용 차량으로 만들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콘셉트카로서는 충분히 강렬했다. 후야조는 공개 이후에도 2002년까지 혼다 전시 부스에 등장하며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지금의 기준으로 봐도 후야조는 이상하고, 엉뚱하며, 동시에 대담한 자동차다. 실용성보다는 상상력에 가까웠고, 자동차라기보다는 움직이는 클럽이라고 부를만하다. 그러나 바로 그 점 때문에 후야조는 지금도 기억할 만한 콘셉트카로 남아 있다. 혼다가 한때 “자동차 안에서 춤추는 미래”를 진지하게 상상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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