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끄러 갔다가 내 차가 박살”… ‘불구경 운전’이 만든 황당한 수소차 사고
조창현 기자
changhyen.cho@thedrive.co.kr | 2026-02-26 13:10:05
한겨울 퇴근길, 화재 차량을 돕기 위해 갓길에 차를 세웠던 한 운전자가 오히려 2차 사고의 피해자가 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최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불타는 사고차 돕다가 제 차가 박살나는 걸 눈앞에서 직관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공감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불러일으키고 있다.
#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작성자 A씨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 1월 7일, 퇴근길 사거리에서 발생했다. 차량 두 대가 정면으로 충돌했고, 그중 한 차량의 보닛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운전자는 충격으로 차 밖에 나와 주저앉은 상태. 하지만 퇴근 시간대였던 탓인지, 대부분 차량은 사고 현장을 그대로 지나쳤다.
A씨는 “도저히 그냥 갈 수 없었다”며 반대편 차선에 차량을 세우고 비상등을 켠 뒤, 차량에 비치해 둔 소화기를 들고 현장으로 뛰어갔다.
마침 지나가던 셔틀버스 기사 한 명도 함께 합류했고, 두 사람의 신속한 대응으로 화재는 큰 피해 없이 진압됐다.
“그래도 큰 불로 번지지 않아 다행이다”라고 안도한 순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 눈앞에서 벌어진 ‘쾅’… 8미터 밀려난 차량
불을 끄고 자신의 차량으로 돌아가던 A씨는 영화 같은 장면을 목격했다. 반대편에 세워둔 자신의 차량이 갑자기 ‘쾅’ 소리와 함께 앞으로 튕겨 나간 것이다.
뒤에서 달려오던 폭스바겐 파사트 차량이 화재 현장을 구경하느라 전방 주시를 하지 않은 채 그대로 들이받은 것. 이른바 ‘불구경 사고’였다.
A씨 차량은 주차 상태(P)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약 8미터가량 밀려나며 겨우 멈춰 섰다.
# 2년 탄 무사고 수소차… 수리비만 516만 원
A씨 차량은 2년간 무사고로 관리해온 현대차 넥쏘 수소차였다. 사고 과실은 파사트 운전자 100%로 나왔고, 수리비 견적은 516만 원. 하지만 문제는 단순 수리비에서 끝나지 않았다.
사고 이력이 남으면서 중고차 감가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A씨는 “순식간에 애지중지하던 차가 사고차가 됐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 “왜 나서냐”는 주변 반응… 선행은 손해일까
더 씁쓸한 건 주변 반응이었다. 지인들은 “왜 굳이 남의 일에 나서냐”, “그냥 지나가지 그랬냐”고 말하며 오히려 A씨를 타박했다.
A씨 역시 “다음엔 그냥 지나쳐야 하나 싶다가도, 또 그런 상황이 오면 몸이 먼저 움직일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이번 사연은 단순한 교통사고를 넘어, 우리 사회의 ‘선의’와 ‘책임’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 ‘불구경 운전’… 또 다른 위험
전문가들은 사고 현장이나 화재 현장을 구경하기 위해 속도를 줄이거나 시선을 빼앗기는 행위가 2차 사고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도로교통공단 통계에서도 ‘전방 주시 태만’은 후방 추돌 사고의 대표 원인으로 꼽힌다. 한 교통 전문가는 “사고 현장에서는 오히려 더 집중해야 한다”면서 “구경 심리는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든다”라고 경고했다.
# 그래도, 누군가는 멈춰야 한다
A씨의 사연은 수만 건의 조회와 수백 건의 추천 및 댓글을 받으며 큰 공감을 얻고 있다.
“그래도 당신 덕분에 누군가는 살았을 수 있다”, “세상이 각박해도 이런 분들이 있어 다행이다”, “감가보다 더 값진 일을 하셨다”
비록 차량은 사고차가 됐지만, 그의 행동은 많은 사람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선행이 손해가 되는 사회는 건강하지 않다. 누군가는 여전히 멈춰서 사람을 구해야 한다.
더드라이브 / 조창현 기자 changhyen.cho@thedr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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