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는 건너뛴다” 벤츠의 독특한 네이밍 전략… 왜 ‘D클래스’는 없을까?
조채완 기자
auto@thedrive.co.kr | 2025-11-25 12:55:42
메르세데스-벤츠는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 가운데 가장 체계적인 차급 네이밍 시스템을 갖춘 브랜드로 꼽힌다. A·B·C·E·S 클래스로 이어지는 명확한 구분 덕분에 소비자는 차의 성격과 등급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중 유독 하나, D클래스(D-Class)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벤츠에는 D클래스가 없을까.
메르세데스-벤츠는 1990년대 중반 현재의 클래스 체계를 확립하면서 차급 간 위계가 겹치거나 혼동될 수 있는 라벨은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이때 ‘D’라는 알파벳이 빠졌다. 업계에서는 이를 크게 세 가지 이유로 풀이한다.
먼저, 이미 D 세그먼트를 대표하는 C클래스가 라인업에 있다는 점이다. 유럽 자동차 분류에서 ‘D 세그먼트’는 흔히 미드 사이즈의 중형차를 의미한다. 기존에 벤츠의 C클래스가 이 역할을 담당해 왔기 때문에, ‘D 세그먼트를 대표하는 모델이 이미 존재해 알파벳 D를 쓸 이유가 없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D클래스를 새롭게 도입할 경우, 준중형에서 중형을 담당하는 C클래스와 준대형의 E클래스 사이에서 차급 간 간격이 모호해지는 문제가 생긴다. 특히 E클래스는 오랜 기간 벤츠의 베스트셀링 모델이었던 만큼, 해당 포지션을 보호하려는 전략적 결정으로 해석된다.
또 다른 관점에서는 과거 ‘Diesel(디젤)’의 약칭으로 쓰이던 D와의 혼동을 피하기 위한 판단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1970~80년대의 벤츠는 디젤 라인업을 명확하게 분리해 표시하지 않았고, 일부 시장에서는 D가 곧 ‘디젤’이라는 비공식 약칭이 쓰이기도 했다. 벤츠 내부에서도 이 같은 혼란을 우려해 D클래스 도입을 배제했다는 것이다.
현재 벤츠의 세단 라인업은 C클래스가 유럽 D 세그먼트를, E클래스가 E 세그먼트를, S클래스가 플래그십 역할을 담당하는 구조다. 즉, 유럽 시장 기준으로 보면 “D클래스의 자리는 이미 C클래스가 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SUV 라인업 역시 GLC, GLE, GLS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GLD’가 존재하지 않지만, 세단과 마찬가지로 GLC가 D세그먼트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향후 D클래스 등장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하지만 실제 가능성은 낮다. 벤츠는 이미 전동화 라인업을 EQ 시리즈로 분리했다가, 2024년 전략 개편으로 EQ 명칭을 다시 통합하는 방향을 잡았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알파벳 클래스 추가 계획은 없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SUV·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는 상황 속에서도, 벤츠의 C·E·S 중심 구조는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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