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 충돌했는데…” 여성, 남성보다 차량 사고 부상 위험 60% 높아
조윤주 기자
auto@thedrive.co.kr | 2026-06-09 12:01:37
오스트리아 그라츠 공과대학교(TU Graz) 연구에 따르면 자동차 충돌 사고에서 여성 탑승자의 부상 위험이 남성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2012년부터 2024년까지 오스트리아 교통사고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여성은 남성 대비 부상 위험이 약 60% 높았으며, 특히 저속 충돌 사고에서는 중상 또는 사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남성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단순한 통계 차이가 아니라 자동차 안전 설계 방식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자동차 충돌 테스트와 안전 기준은 평균적인 남성 체형을 기준으로 설정돼왔고, 충돌 시험 더미 역시 남성 신체 구조를 기반으로 개발된 모델이 중심이 되어왔다. 이로 인해 실제 다양한 체형을 가진 탑승자의 충돌 안전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남성과 여성 간의 신체 구조 차이가 충돌 시 부상 양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골반 구조, 흉곽 형태, 어깨 위치, 척추 움직임 등 해부학적 차이뿐 아니라 근육량과 체중 분포 차이도 충돌 시 하중 전달 방식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 지목됐다.
이 밖에 착석 자세와 탑승 습관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은 평균적으로 조수석 탑승 비율이 더 높고, 좌석 등받이를 더 뒤로 젖히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자세는 안전벨트와 에어백 등 구속 장치의 보호 효과를 일부 감소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기존의 여성용 충돌 시험 더미 역시 실제 여성의 신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모델은 단순히 남성 더미를 축소한 형태에 불과해 실제 여성의 약 95% 이상의 체형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안전성 평가 과정에서 구조적인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자동차 안전 기술이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 단계에 들어선 점도 함께 언급됐다. 유럽의 신차 안전성 평가 프로그램인 유로 NCAP은 최근 충돌 테스트에서 보다 다양한 착석 자세와 개선된 인체 모델을 반영하기 시작했으며, 미국 역시 여성 신체 구조를 보다 정밀하게 반영한 충돌 시험 더미를 도입해 평가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자동차 업체들 역시 기술 개선에 나서고 있다. 적응형 안전벨트 시스템으로 탑승자의 체형과 충돌 강도에 따라 벨트의 구속력을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으며, 일부 차량에는 탑승자의 자세를 감지해 에어백 전개 방식과 충격 분산 구조를 조정하는 기술도 적용되고 있다.
연구진은 자동차 안전 기술이 전반적으로 크게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성별과 체형에 따른 안전성 격차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향후 자동차 설계 단계에서 보다 다양한 신체 조건을 반영하는 충돌 시뮬레이션과 안전 기준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드라이브 / 조윤주 기자 auto@thedrive.co.kr
[ⓒ 더드라이브(TheDrive).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