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테슬라, 중국서 샤오미 YU7에 판매량 처음으로 추월당해
조윤주 기자
auto@thedrive.co.kr | 2025-11-12 10:58:46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역사적인 순간이 기록됐다. 샤오미의 첫 전기 SUV YU7이 지난 10월 단일 모델 판매량에서 테슬라 모델 Y를 처음으로 제쳤다.
중국승용차협회(CPCA)에 따르면 YU7은 10월 한 달간 3만 3662대가 팔렸으며, 이는 같은 기간 테슬라가 중국 내수 시장에서 판매한 모델 Y와 모델 3 합계(2만 6006대)를 압도하는 수치다.
더 놀라운 사실은 샤오미가 전기차 사업에 뛰어든 지 불과 20개월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2024년 4월 첫 전기차 SU7 세단으로 시작한 샤오미는 10월 전체 신에너지 차량 판매 4만 8654대를 기록하며 중국 내 주요 전기차 제조사 반열에 올랐다.
# 테슬라, 3년래 최악의 실적 기록
10월은 테슬라에게 악몽과 같은 달이었다. 중국 내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35.8% 급감하며 2022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9월 7만 1525대에서 10월 2만 6006대로 63.6%나 급락했다는 점이다.
테슬라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10월 기준 3.2%로 전월 8.7%에서 절반 이하로 추락했다. 이는 최근 3년 사이 최저 수준이다. 1월부터 10월까지 누적 판매 역시 전년 대비 8.4% 감소했으며, 수출 물량마저 1~10월 누적 기준 14% 줄어들었다.
# 포드 CEO도 인정한 샤오미의 경쟁력
샤오미의 성공은 단순한 판매 수치를 넘어선다. 포드의 짐 팔리 CEO는 팟캐스트에서 “상하이에서 샤오미 SU7을 공수해 6개월째 타고 있는데, 돌려주기 싫다”면서 “환상적인 차”라고 극찬했다. 포드 CFO 존 롤러 역시 중국을 방문해 현지 전기차를 시승한 후 “중국이 우리를 앞질렀다”라고 인정한 바 있다.
YU7의 인기는 출시 전부터 예견됐다. 6월 26일 출시 당일 1시간 만에 28만 9000건의 사전 예약이 몰렸으며, 첫 18시간 동안 24만 대 주문이 접수됐다. 이는 첫 모델 SU7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현재 YU7를 주문하면 인도 대기 기간은 32~38주에 달한다.
# 크기, 성능, 가격 모든 면에서 우위
YU7은 모델 Y를 모든 면에서 압도한다. 차체 크기는 전장 4,999mm, 전폭 1,996mm, 전고 1,608mm로 모델 Y보다 크며, 휠베이스는 3,000mm에 달한다.
성능 면에서도 최고 사양 YU7 Max는 681마력, 866Nm의 토크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3.23초에 도달한다. 모델 Y 롱레인지(4.3초)를 크게 앞선다. 배터리 용량은 최대 101.7kWh로 최대 835km의 주행거리를 자랑하며, 800V 아키텍처로 테슬라의 400V 시스템보다 빠른 충전이 가능하다.
가격 경쟁력은 결정타다. YU7 기본 모델은 25만 3500위안(약 3536만 원)으로, 모델 Y보다 1만 위안(약 140만 원) 저렴하다. 최고 사양조차 모델 Y 최상급 트림보다 싸다.
# 안전 논란에도 불구하고 판매 질주
흥미로운 점은 샤오미가 최근 안전 논란에 휩싸였음에도 판매가 꺾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SU7은 여러 치명적 사고에 연루됐고, 운전자 보조 시스템 결함으로 11만 6877대가 리콜됐다. 출시 이후 총 판매량의 38%에 달하는 규모다. 화재 시 전자식 도어 핸들이 탑승객을 가둘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그럼에도 중국 소비자들은 테슬라보다 샤오미를 선택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품질이나 안전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와 민족 감정의 문제다. 중국 제조사들은 더 신선한 디자인, 동등하거나 우수한 기술, 공격적인 가격 전략, 그리고 자국 산업 지원이라는 명분을 제공한다.
# 테슬라, 자충수로 중국 시장 잃어
테슬라의 몰락은 자충수에 가깝다. 실패한 사이버트럭 이후 신규 모델 계획은 사실상 전무하며, 2020년 출시된 모델 Y는 6년째 소폭 개선만 반복하고 있다. 핵심 차량 개발 인력들이 잇따라 회사를 떠났고, 일론 머스크는 차량 개발보다 정치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머스크의 정치 행보는 특히 치명적이다. 독일 극우정당 지지 발언으로 유럽에서 반발이 거세지고 있으며, 최근 나치식 경례 논란은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독일 언론 T-Online 조사에서 응답자의 94%가 “테슬라를 절대 구매하지 않겠다”라고 답했다.
중국에서의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 머스크는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인사로 활동하며 중국과의 무역 전쟁 최전선에 서 있다. 중국 관료들은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 시스템 승인을 무역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 중국 전기차 시장의 새로운 질서
2024년 10월은 중국 전기차 시장의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달로 기록될 것이다. 샤오미는 1~10월 누적 31만 5376대를 판매하며, 연간 목표 35만 대 달성을 눈앞에 뒀다. 10월 한 달 판매량만으로도 11월 중 목표 초과 달성이 확실시된다.
반면 테슬라는 2024년 중국에서 65만 7000대를 판매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지만, 이는 전 세계 판매의 36.7%에 불과하다. 유럽과 미국 시장이 약해지면서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정작 중국 시장마저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BYD가 32.5% 점유율로 시장을 지배하는 가운데, 테슬라의 6.1% 점유율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더욱이 BYD는 최근 대부분 모델에 고급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테슬라의 FSD는 8,000달러(약 1120만 원)를 내야 이용할 수 있다.
샤오미의 성공은 애플조차 포기한 전기차 사업을 스마트폰 제조사가 해냈다는 점에서 더욱 극적이다. 자동차 산업의 본질이 변하고 있다. 이제는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 노하우보다 소프트웨어 통합, 사용자 경험, 그리고 디지털 생태계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
중국 전기차 시장의 경쟁은 “훨씬 더 치열하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화웨이, Li Auto, Xpeng 등이 고급 자율주행 기술에서 테슬라를 앞서가는 상황이다. 미국 시장에서는 테슬라가 “혼자 싸우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기술적으로 뒤처진 상태다.
테슬라는 3월 중국에서 모델 Y 리프레시 버전(코드명 Juniper)을 출시할 예정이다. 사이버트럭과 사이버캡에서 영감을 받은 새로운 디자인으로 반등을 노리지만, UBS 애널리스트들은 “경쟁사들에게 영향을 줄 만한 게임 체인저가 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머스크가 2025년 20~30% 판매 증가를 약속했지만, 신규 모델 출시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러나 테슬라는 수년째 새로운 모델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결국, 2025년 10월은 단순히 한 달의 판매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시대가 저물고, 샤오미를 비롯한 중국 제조사들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더드라이브 / 조윤주 기자 auto@thedr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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