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조각품”... 벤츠, 레벨 4 자율주행 콘셉트카 ‘비전 아이코닉’ 공개
박근하 기자
auto@thedrive.co.kr | 2025-10-15 10:16:50
메르세데스-벤츠가 브랜드의 유산과 미래 기술을 잇는 새로운 콘셉트카 ‘비전 아이코닉(Vision Iconic)’을 공개했다. 이번 모델은 ‘럭셔리 모빌리티의 다음 세대’를 선언하는 상징적 작품으로, 상하이 패션위크에서 공개된 캡슐 컬렉션과 함께 선보이며 자동차와 예술, 패션의 경계를 허물었다.
비전 아이코닉의 전면부는 클래식 벤츠의 상징인 크롬 그릴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W108이나 600 풀만 등 전통 플래그십 세단의 디자인을 계승하면서도, 반투명 스모크 글라스 그릴과 은은한 조명, 삼각별 엠블럼으로 미래적 감성을 더했다. 고든 바그너 메르세데스-벤츠 디자인 총괄은 이 차를 “움직이는 조각품”이라고 표현했다.
롱 노즈와 매끈한 차체 라인은 20세기 클래식 GT의 품격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블랙 하이글로스 도장과 섬세하게 움직이는 조명 연출이 더해지며, 전통적인 우아함 위에 현대적 감각을 입혔다. 특히 전면 조명은 단순한 헤드 램프가 아닌 하나의 ‘빛의 연출’로 작동한다. 메르세데스가 ‘감정이 깃든 조명’이라 부르는 이 시스템은 차가 멈춰 있을 때조차 살아 있는 듯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실내의 경우, 레벨 4 자율주행 기술을 전제로 설계된 덕분에 운전의 제약에서 벗어나 공간 전체가 ‘쉼과 감성의 영역’으로 재구성됐다. 인테리어 테마는 ‘하이퍼 아날로그(Hyper-Analogue)’로, 디지털과 수공예의 조화를 지향한다. 중앙에는 유리 구조물 ‘제플린(Zeppelin)’이 자리하며, 아날로그시계 같은 정교한 계기와 디지털 디스플레이가 결합돼 있다.
대시보드와 도어 트림에는 자개 마감과 황동 장식, 바닥에는 1920년대 장식기법인 스트로 마케트리가 적용됐다. 짙은 블루 벨벳으로 마감된 전면 벤치 시트는 운전자와 동승자가 나란히 앉는 구조로, 흔치 않은 디자인을 선택해 따뜻한 감성을 전한다. 스티어링 중앙의 유리구 안에 떠 있는 벤츠 엠블럼은 보석처럼 표현돼, 장식적이면서도 절제된 품격을 더했다.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 시스템이 적용돼 운전자는 지정된 구간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으며. 주차 또한 운전자의 개입 없이 차량이 스스로 처리한다. 스티어링은 기계식 연결 대신 전자 신호로 바퀴를 제어하는 ‘스티어-바이-와이어(Steer-by-Wire)’ 방식을 채택해 조향 반응을 정교하게 다듬고, 실내 디자인의 제약도 줄였다. 여기에 후륜 조향 기능이 더해져 긴 차체임에도 좁은 공간에서 부드럽고 민첩한 회전이 가능하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뉴로모픽 컴퓨팅(neuromorphic computing) 기술이다. 인간의 뇌 신경망을 모방한 방식으로, 기존 프로세서 대비 최대 전력 소모를 90% 줄이는 고효율 연산 구조를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벤츠는 이를 통해 자율주행 AI의 반응속도와 에너지 효율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비전 아이코닉은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다. 차체에는 ‘솔라 페인트’라 불리는 태양광 발전 코팅이 적용돼, 햇빛을 통해 직접 전력을 생성한다. 벤츠에 따르면 중형 SUV 수준의 표면 면적에서 연간 약 1만 2천km 주행에 필요한 전력을 생산할 수 있으며, 희토류나 실리콘을 사용하지 않아 재활용도 가능하다.
이번 콘셉트카와 함께 공개된 패션 캡슐 컬렉션 역시 주목할 만하다. 남녀용 총 6벌로 구성된 의상은 차량 인테리어의 블루와 실버-골드 톤을 반영했으며, 아르데코의 기하학적 감성과 벤츠의 디자인 철학을 패션으로 풀어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비전 아이코닉을 통해 단순히 새로운 콘셉트카를 공개한 것이 아니라, ‘뉴 아이코닉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고 강조한다. 올라 켈레니우스 CEO와 고든 바그너는 “이제 벤츠의 과제는 단순히 ‘다르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느껴지게 하는 것’”이라며 “지능과 감성, 전통을 동시에 담아내는 디자인이 진정한 럭셔리의 방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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